원전 강국 佛 제친 비결 '온 타임 온 버짓'…기술력·경제성 입증
한수원, 50년간 36기 구축…뛰어난 역량 보유
수출 노형 APR1400, EU·美 인증…안전성 인정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대한민국 팀코리아가 프랑스를 제치고 체코 정부의 24조원 규모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50년간 누적된 기술력과 경제성이 자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가진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 강점이 유럽 시장에서도 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나라만큼 전 세계에서 입증된 원전 건설 사업 관리 능력과 건설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계약을 체결한 한수원은 1000㎿(메가와트)급 대형원전(APR1000)의 설계와 구매, 건설, 시운전, 핵연료 공급 등 건설 업무 전체를 일괄 책임진다.
한수원의 ▲가격경쟁력 ▲공기 준수 역량 ▲기술력 ▲인허가성 ▲안보성 ▲수용성 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데 주요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수원의 저렴한 단가와 '온 타임 온 버짓' 등 경제성은 체코 정부 및 발주사가 원하는 최적의 조건이었다고 평가된다.
한수원은 지난 1970년대 원전을 도입한 이래로 50년간 국내외 36기의 원전을 건설해 오며 축적한 기술로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 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원전 건설은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추가 예산이 막대하게 불어나기에 적기 건설은 중요한 강점이다.
안 장관은 "엔지니어링과 시공이 따라가 줘야 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온 타임 온 버짓', 계획된 공기 내에 계획된 예산에 맞춰서 건설한 것을 보여준 건 사실 한국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의 검증된 능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미국 등 세계 원전 주요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배경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의 수출 노형인 APR1400 노형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1400㎿의 신형 가압경수로로, 외국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APR1400 노형은 지난 2017년 9월 유럽 사업자요건(EUR) 인증심사를 통과한 이후 지난해 3월 EUR 인증을 받았다. EUR 인증은 유럽사업자협회가 유럽에 건설될 신형 원전에 대해 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한 요건을 심사하는 것으로, 유럽 수출을 위해 필수적이다.
여기에 지난 2018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인증(SDA)을 얻은 이후 이듬해 8월 NRC로부터 설계인증(DC)도 취득한 바 있다. 미국은 까다로운 안전규제 요건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이 아닌 국가가 처음으로 설계인증을 받으며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APR1400 노형은 개선형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1000의 설계·건설·운영·정비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기반으로 신개념 기술을 도입해 안전성·경제성을 한층 발전시킨 노형이다. 설비용량을 1000㎿에서 1400㎿으로 확대했으며, 설계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높였다.
더욱이 한수원은 1200㎿(메가와트) 이하 용량의 원전을 원하는 체코의 요구에 맞춰 1000㎿급 APR1000 노형을 체코측에 제시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선보였다.
아울러 정부가 체코 현지 지역사회와 상생 활동을 전개하고, 현지 공급사와 동반성장하는 활동을 해온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단 해석이 나온다.
예컨대 한수원은 원전 건설 예정지역 주요 인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아이스하키팀 후원을 지속해 왔다. 해마다 체코에서 봉사·문화교류를 펼치며 지역주민들과 소통했으며, 코로나19 시기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겪는 체코 현지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등 후원 활동도 이어왔다.
이에 지난 17일(현지시각) 체코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총리는 "한수원의 입찰은 모든 평가 기준에서 프랑스 EDF보다 우월했으며, 회사가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보장을 담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현지화율이 한수원보다 높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단순히 수치가 높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핵심 기자재에, 어떤 체코 산업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한수원에서 협력 관계를 잘 만들어서 더 좋은 안을 제시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체코 현지에 100개가 넘는 우리 기업들이 1만4000여명의 노무자들을 고용해서 다양한 사업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경험들이 기반이 돼서 체코 측에서도 우리가 제시한 여러 가지 사업에 관련되는 내용들을 신뢰할 수 있고 합리적이라고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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