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넘은 `패스트트랙 폭로`에 내부 비판 거세…한동훈 "죄송하다"

윤선영 2024. 7. 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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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하 청탁'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원내는 물론 원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한 후보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한 후보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 후보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주관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차 토론회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이던) 제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재판)를 취소해달라 부탁한 적이 있고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던 나 후보가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게 골자다. 나 후보는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 정기 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이 바로 민주당의 의회 독주의 시작이었다"며 "한 후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한 후보의 폭로 이후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아무리 다급해도 그건 폭로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공직자가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자기 필요에 의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자료로 악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열한 짓"이라고 분개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한 후보의 발언 기저에 있는 인식에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당신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화양연화(花樣年華)의 검사 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고 날을 세웠다.

친윤 중진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것은 청탁이 아니다"라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강제 사보임과 같은 국회법 위반을 불사하면서 희대의 악법을 다수의 폭압으로 통과시켰다. 우리 당 의원들은 이를 막기 위한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단일대오로 나섰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어 "우리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냐. 당을 위해 지금도 희생하고 있는 사람을 내부 투쟁의 도구로 쓰면 되겠냐"며 "경쟁은 하더라도 부디 선은 지켜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기현·이철규 의원 등도 쓴소리를 했다.

집안싸움은 급기야 담장을 넘어섰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한 후보의 폭로를 이용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공당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 없는 말을 지어내지는 않았을 테니 반드시 수사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며 "서로가 범죄 행위들을 나란히 증언하고 있는 만큼 응당하게 수사도 나란히 잘 받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혁신당은 오는 20일 전당대회를 마치고 이른 시간 내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을 비롯한 각종 의혹들을 고발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 전 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일 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거나 여당 의원이 나에게 공소 취소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라며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들을 수사할지에 대해 밝히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 후보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었다"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방지 약속과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추진하겠다"며 "당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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