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조정석 "데뷔 20년 차, 후회 없이 열일...나름대로 자부심 有" (종합)[인터뷰]

유수연 2024. 7. 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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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 배우 조정석이 영화 '파일럿'과 자신의 포부를 전했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파일럿’ 배우 조정석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이날 조정석은 영화 개봉 소감에 대해 "언론 배급시사회 전날 잠을 못 잘 정도로 되게 떨리고 그랬다. 아무 걱정이 없으면 잠을 잘 자는데, '어떻게 봐주실까?' 되게 떨리더라"라며 "(호평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배급 시사회 끝나고 간담회도 끝나고, 다 끝나고 일반 시사회가 있었다. 저는 못 봤지만, 제작진 측에서 일반 시사를 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집에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개인적인 '파일럿' 감상 소감에 대해 "일단 스스로는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재미라는 것이, 코미디가 아니어도, 스릴러 액션이어도, 재미는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 아닌가. 하지만 그 취향들이 다수가 모이면 장르를 떠나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된다. (이번 '파일럿'에서)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들었을 때, 내가 느낀 재미가 맞는구나. 공감할 수 있는 거구나, 생각한다. 어떤 장르든 간에, ‘저럴 법하네!’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저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일럿'은) 그런 부분들이 잘 이해되고 공감되지 않았나 싶다. 저에게 재미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조정석은 모두의 선망을 받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해고 통지를 받고 실업자가 된 ‘한정우’ 역을 맡아 분한 가운데, 여성 캐릭터 ‘한정미’로 변신해 활약을 펼쳤다.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묻자, "사실 '헤드윅'을 했다 보니, 여장에 대한 걱정이나, 변신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하도 많이 했던 터라"라고 웃으며 "또 그게 도움이 더 많이 되었다. 시나리오를 맨 처음에 읽을 때, 제가 읽으면서 너무너무 재미있다, 캐릭터가 신선하다, 라고, 느낄 때가 언제냐면, 제가 그 역에 대입이 될 때가 있다. 이 작품이 꼭 그랬다. 제가 대입되어서 잘 읽혔고, 재미있었다. 머릿속으로 장면이 구현도 되더라. 정우라는 캐릭터에 나를 대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제가 조정석이라는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제 몸을 빌려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거지 않나. 사실 저도 아직도 저를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도 정우는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떠올렸다.

또한 "저는 시나리오를 딱 보고 재미있다고 느끼는데, 누가 보면 ‘이게 뭐가 재미있어?’라고 한다. 제가 느끼는 재미의 지점은, 이 이야기가 흠뻑 빠져서,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 역할에 몰입하고 이야기가 술술 풀렸을 때 재미를 느낀다. 누가 볼 땐 너무 진지하거나, 편협한 시각의 주제라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런 게 전혀 안 들어온다. 중간중간 정우가 정미로 변신하고 조금씩 나오는 자기 본연의 모습, 그리고 당황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 코미디가 즐거웠고, 정우로서도 정미로서도 정말 열심히 산다 싶었다. 그런 느낌이 너무 재미있었다"라며 "저는 오로지 재미 하나로 출연을 결정했다. 저, 조정석이라는 사람이 여기 딱 들어갔을 때 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 물론 다른 배우분들이 해도 재미있었겠지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장 연기에 대한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여장 모습에 대해 "맨 처음 장면에 나오는 정미의 모습이, 그때 너무 괜찮더라. 이후 입사를 하고. 묶음 머리를 하고 활기차게 걸어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너무 괜찮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의상 착용에 대해서는 사실 불편하거나 힘든 건, 저는 특별히 없었다. 다만 이너 웨어 같은 경우는 여자분들은 (체형이) 다르지 않나. 그런 것들을 착용하고 오랜 시간 촬영하다 보니, 시간에 비례하는 불편함은 있었다. 힐 신고 달리고 그런 건, 너무 힘들었다. 햄스트링이 올라와서 힘들더라. 해당 신발은 제 발, 270에 맞게 제작된 힐이다. 또 의상보다는 가발이 불편했다. 오래 있으면 땀이 찬다. 촬영이 여름에 시작해서 겨울에 끝났는데, 여름일 땐 땀이 너무 차고 답답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여장 연기를 위한 노력에 대해 7kg 감량 사실을 밝히기도 한 가운데,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 "키토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좀 했다. 림프선 마사지를 했다고 앞선 인터뷰에서 재미로 얘기하긴 했지만 진짜 하긴 했다. 주로 노력한 것은 식단하고 운동"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영화를 위해 옷 100벌을 피팅해보기도 했다고. 이에 조정석은 "옷 100벌도 100벌이지만, 가발도 정말 많이 써봤다. 긴 머리도 해보고, 단발도 해보고, 파마 스타일도 해보고. 의상도 저에게 가장 어울리는 게 뭘까, 했다. 의상 테스트를 2~3일 정도 한 것 같다. 많이 한 축에 속한다. 하루에 5~6시간을 투자했다"라며 "맨 처음 테스팅 할때는 거의 2시간이 넘게 들었다. 나중엔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저에게 쿨톤이 잘 맞는다는 걸 회의 끝에 결정이 난 이후에는, 최대한 시간이 줄어서 촬영 전 준비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렸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다만악'에서 트렌스젠더 역을 소화해 냈던 배우 박정민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조정석은 "'다만악'에서 박정민 배우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도, 정민 씨도 파격적인 변신이지만, 제가 한 한정미는 누군가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볼 수도 있는 변신, 확실한 변신이라 다르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헤드윅을 했다 보니 '파일럿'과 비교해서 많이 물어보시더라. '헤드윅'은 드랙퀸이다 보니까 제 원래의 목소리가 대입되었을 때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한정미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접근했다. 저의 가장 목소리의 높은 음역을 최대한 내려고 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연기를 해서 인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진 않았고, 목소리에서 높은음을 쓰려고 애를 썼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현실 남매 케미'를 선보인 한선화와의 호흡도 전했다. 조정석은 "현장에서 진짜 짜릿했다. 왜 이제야 만났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술도녀’ 선화 씨 연기를 보고 너무 놀란 적도 있었다. 그때 연기도 너무 좋았고, 직접 연기해 보니까 너무 센스 있고, 순발력의 재치, 호흡도 너무 좋더라. 왜 이제야 만났을까 생각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촬영하면서 너무 힘이 되더라. 어디까지나 장르로 따지면 저희는 코미디 아닌가. 저희의 상황들이 중요한 지침이 될 텐데, 정말 힘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다만 실제로 형을 두고 있는 조정석은 "현실과 영화는 매우 다르구나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이어 "예능에 나와서 형이 무섭다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사이가 나쁘진 않았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다 보니까. 돈도 받고"라고 웃으며 "제가 동생이 없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됐던 건, 조카들이었다. 제가 형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로 조카도 많고, 사촌들도 있다. 거기에 대입이 됐던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영화 밖, 조정석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코믹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기도 한 조정석은 "제가 생각하는 코미디는, 상황이 웃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적인 코미디가 제일 재미있다. 말장난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게 안 웃기더라. 상황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코미디가 제일 재밌는 거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긴 호흡을 가져가면서 캐릭터가 완성되고, 캐릭터를 극대화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건축학개론' 납득이일때도, 제가 아무리 앞에서 열심히 코미디 한다고 하더라도 제훈 씨의 리액션이 없었으면 완성될 수 없었을 거다. 결론적으로, 앙상블인 거 같다"라며 생각을 드러냈다.

영화 속 애드리브에 대해서는 "다 계산하고, 제작진과 촬영 전에 상의하고, 리허설 하고 촬영했다. 영화 보니 애드리브가 생각나는 건, ‘발볼이 넓어요’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 하나"라며 "사실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건, 저한테는 너무 좋은 일이다. 그래서 촬영 안 하고 집에 왔을 때 떠오르면서 ‘그렇게 할걸’ 하기 전에 촬영할 때 쏟아낸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머리를 비워버린다. 왜냐하면, 자기 전에 어떤 걸 생각하다 보면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어서, 집에서는 일부러 아무 생각을 안 한다. 나온 다음에 매니저와 차를 타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엄청난 생각을 한다"라며 아이디어의 원천을 언급했다.

올해로 데뷔 20년도가 된 조정석. 그는 "제 필모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너무 만족한다. 저는 좋다. 공연 필모에 대해서도 만족한다. 후회 없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제 나름의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캐릭터를 맡아서 절 보여드릴까 하는 고민은 해가야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생각들이 되게 깊어진 것 같다"라며 "이번 '파일럿'을 하며 원톱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부담감이 있지 않았냐, 많이 물어봐 주시는데, 확실히 있다. 그걸 모르고 영화를 선택한 것도 아니다. 다 알고 선택을 한 거다. 그런데 어쩌겠나. 그렇다고 제가 원톱인 어떤 작품을 ‘너무 부담돼! 평생 안 할 거야’ 이럴 수는 없다고 본다. 이것도 하나의 도전이고,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무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건 제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정석이 말아주는 코미디 영화 '파일럿'은 오는 31일 전국 극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yusuou@osen.co.kr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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