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해임안 통과? 가짜뉴스에 피멍드는 기업들 [사이버 레커 활개치는 대한민국]
10명 중 7명 “사이버레커 콘텐츠 본적있어”
수익직결된 조회수 사냥에 기업인도 표적
솜방망이 처벌조차 신원 확인 못해 불발
플랫폼기업은 물론 정부·국회 등도 손놔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명인은 물론 기업까지 타깃으로 한 가짜뉴스가 활개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이슈 유튜버가 조회수를 끌어모으기 위해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올리는 자극적인 게시물이 마치 사실인 양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충격’·‘경악’·‘긴급’·‘소름’과 같은 단어로 포장된 허위 정보는 삽시간에 수만명, 많게는 수십만명에게 흘러 들어가고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되고 있다.
배우 박근형 씨가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82세 박근형 투병 숨기고 촬영 강행하다 끝내 안타까운 일생’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 직접 “살아있다”고 해명하는 사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정치인은 물론 기업인도 주요 표적이다. 재계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총수 등 주요 경영인을 거론하며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용자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회장 해임안 통과’, ‘대통령이 구속수사 긴급지시’, ‘회장이 젊은 여성과 재혼 발표’ 등 허무맹랑한 게시물이 여과 없이 게재되고 있다. 한 SNS 사용자는 자신이 특정 그룹 오너가(家) 부회장과 결혼한다고 허위 게시물을 올려 해당 그룹에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악성 게시글도 가짜뉴스의 발원지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한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는 완성차 기업이 기술을 탈취했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 상고심까지 법원은 해당 완성차의 손을 들어줬지만 소송 기간 내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이 완성차 기업을 비방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글로벌 패스트푸드기업도 지난해 ‘감자튀김에서 쥐 다리가 나왔다’는 커뮤니티 게시글로 곤욕을 치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물질은 감자의 일부로 밝혀졌지만 이미 SNS를 타고 많은 사람에게 가짜뉴스가 퍼졌고 이 기업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처럼 기업을 향한 가짜뉴스가 속출하면서 가장 먼저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는 가짜뉴스에 노출돼 있어 자사 브랜드나 제품과 관련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쉽게 접할 수 있는 SNS의 악성루머는 기업이 주요한 리스크가 됐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가짜뉴스로 유명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그에 따른 명예훼손, 개인정보나 사생활 유출 등의 권리 침해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나 국회, 해당 플랫폼 등의 정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올해 2월 20~50대 국민 1000명을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4%는 유명인의 사건·사고를 다룬 ‘사이버 레커’ 제작 콘텐츠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경험 비율은 83.6%로 높았다. 5명 중 4명은 사이버 레커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유명인의 사건·사고 관련 소식을 접한 셈이다.
사이버 레커는 유명인과 연관된 부정적인 사건·사고를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를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현장에 경쟁적으로 출동하는 견인차(레커)에 빗대 표현한 단어다. 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난·비방, 신상·실명 공개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한다.
눈에 띄는 것은 유튜브 추천 영상 등으로 뜨거나 공유받은 사이버 레커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53.2%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이버 레커 콘텐츠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원하지 않는 이에게도 도달하고 있고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더라도 자극적인 제목을 접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한 사이버 레커가 제작한 콘텐츠를 본 적 있는 응답자 중 14.4%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공유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SNS를 타고 무책임한 콘텐츠가 옮겨갈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평소 유명인 사건·사고 정보를 접하는 경로를 보면 유튜브 등을 통한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유명인 사건·사고 정보를 언론 보도를 통해 습득한다는 답변이 78.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으나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가 64.2%로 그 뒤를 바짝 쫓았고 SNS나 블로그 게시물도 49.8%로 응답자 절반 정도의 선택을 받았다.
허위 정보라고 해도 일단 온라인상 널리 퍼지면 사실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국민 5명 중 3명은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의 진위를 우려하고 있다는 언론진흥재단의 지난해 조사 결과도 가짜뉴스의 파급력을 방증한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 정보 등을 얻기 위해 기업명을 검색하면 알고리즘에 의해 관련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추천되는데 그중 허위 사실도 많다”면서 “모호하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넘어선 허위 사실은 기업 가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가짜뉴스 확산에 따른 개인이나 기업의 피해가 크지만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있는 구조다. 물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실제 처벌 수위가 집행유예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정도로 낮긴 하지만 신원이 확인돼 처벌이 가능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가짜뉴스 콘텐츠 제작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소위 조회수 대박을 터뜨린 뒤 잠적하면 찾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물론 정부나 국회도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켜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거대 글로벌 플랫폼인 유튜브는 콘텐츠 제재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플랫폼에 유통되는 가짜뉴스나 혐오 콘텐츠 등 규제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별다른 규제안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에 손을 놓고 있다. 최근 명예훼손 게시물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처벌 수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국회에서도 눈에 띄는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보좌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내 규제기관의 감독이나 시정요구조차 무시하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상대로 사실상 손 쓸 도리가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우리 국민의 법익은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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