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기업 인수 ‘신의 한수’…두산에너빌 유럽선점 박차
원전 핵심기술 확보, 현지 입지도 넓혀
국내유일 원전 주기기 제작 가능 기업
유럽시장 원전 수요 증가로 수혜 예상
우리나라가 최대 48조원 규모의 체코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서 국내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위상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번 수주전에서 팀코리아 일원으로 활동한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제작 및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15년 전 두산에너빌리티가 8000억원을 투입해 체코 증기터빈 전문 기업을 인수한 것이 이번 수주의 ‘신의 한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전략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수주를 발판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럽 원전 시장 선점에 한층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에서 갖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탄탄한 입지가 수주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9년에 체코 증기터빈 전문 제작 기업이자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코다파워(현 두산스코다파워)를 인수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인수 당시 투자한 금액만 8000억원이다. 원전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의 원천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유럽 원전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두산은 두산스코다파워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기존 핵심 매출처인 유럽을 넘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 영역을 확대했다. 두산스코다파워 사업장이 있는 체코 플젠시와는 전문 기술인 양성과 같은 상생활동을 전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수주전에서 체코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점을 강력히 어필했다. 올해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두산 파트너십’ 행사에서 체코 원전에 설치하게 될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두산스코다파워가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무탄소 발전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제공, 체코가 유럽 내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행사에 참석해 “앞으로도 체코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프랑스도 체코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지만, 체코 현지 기업인 두산스코다파워를 둔 팀코리아는 실질적인 차별화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차별화된 원전 경쟁력도 수주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전 세계에서 원전 주기기를 제작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 프랑스, 일본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제작 기업이다. 특히 증기터빈을 비롯한 다양한 원천 기술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원전은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높아 국내외에서 다양한 수주 실적을 쌓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현재까지 협력사와 함께 국내외에 공급한 원자로만 34기에 달한다. 이같은 실적은 수주전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수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은 더욱 탄력 받게 될 전망이다. 체코에서 무리 없이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면 원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유럽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존재감이 더욱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에너지 안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럽은 24시간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올해 초 탄소중립산업법 마련 당시 원전 기술을 탄소중립 기술에 포함시킨 것이다.
원전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장점 덕분에 이탈리아는 최근 마지막 원전을 폐쇄한 지 35년만에 원전 부활을 공식화했다. 불가리아는 원전 7, 8호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사업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규모 수주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미래 먹거리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최종 계약 이전에 주기기 제작 비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내년 3월 최종 계약 시점까지 체코 발주처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협의해 나가는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는 단연 ‘소형모듈원전(SMR)’이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 대비 크기가 100분의 1에 불과하고 안전성이 높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성장 잠재력이 큰 SMR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표 SMR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고, SMR 전용 생산시설도 구축했다. 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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