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를 또 찍어? LG ‘전’ 캡틴의 책임감…돌아온 오지환의 목표는 ‘1등’[스경x인터뷰]
오지환(34·LG)은 지난 5월29일 인천 SSG전에서 손목 불편감을 느껴 경기 도중 교체됐다. 이후 검진에서 ‘우측 손목 신전건 염좌’ 진단을 받았고, 3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큰 부상은 아니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당시 “열흘 정도면 올라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목엔 큰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2군에서 복귀 준비를 하던 중 문제가 생겼다. 수비 훈련을 하다가 왼쪽 햄스트링이 찢어졌다. 오지환은 “이게 정말 무슨 일인가 싶었다”고 했다.
그는 조급했다. 하루빨리 1군에 올라가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디펜딩 챔피언’ LG의 주장이던 오지환은 올해 전반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54경기에서 타율 0.238을 기록했다.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개막 21일 만에 주장직도 반납했다. 예상치 못한 부상까지 그를 괴롭혔다. 오지환은 “햄스트링을 다치면 한 달 정도 쉬어야 하는 걸 아니까 너무 힘들었다”며 “찢어진 부위를 꿰맬 수도 없는데 그런 와중에 팀원들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LG는 오지환, 임찬규, 최원태 등 투·타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하며 6월 들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럴수록 오지환의 마음은 급해졌다. 그는 “‘빨리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들었다. 구단에 죄송한 이야기지만, 4주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만 4~5번 받았다”며 “구단의 시스템이 있는 건데 부상 부위가 괜찮으니까 계속 찍어 보자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선수단을 이끌어 본 베테랑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뜻하지 않게 길어진 2군 생활을 통해 느낀 점도 많다. 오지환은 “늘 잘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팀적으로 힘든 요소가 많았다”며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는데, 2군에 내려가니까 ‘다시 올라가고 싶다’는 목표 의식과 투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전반기를 마감했던 오지환은 43일 만인 지난 11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르진 않았지만 후반기엔 확실히 달라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후반기 5경기에서 타율 0.381, 1홈런, 9타점, OPS 0.933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7일 잠실 SSG전에선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1홈런)를 치고 5타점을 쓸어 담았다. 3-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에선 SSG 선발 김광현의 3구째 시속 133km 바깥쪽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주전 유격수가 돌아온 LG는 SSG를 12-9로 꺾고 3연승을 질주했다.
오지환은 경기 뒤 “1군에 올라와서 보니까 형들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김)현수 형이나 (박)해민이 형이 평소보다 지쳐 보였고, 전체적으로 눌린다는 느낌이었다”며 “여러모로 힘들지만 밝게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으쌰으쌰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돌아온 오지환의 목표는 ‘1등’이다. 현재 리그 3위인 LG는 1위 KIA에 5.5경기 뒤처진 상태다. 오지환은 “차이가 많이 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며 “돌아올 선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희망을 많이 본다. 마지막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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