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난민 선수들이 파리로 향한다
벌써 세 번째, 난민들은 이번에도 올림픽 무대로 향한다. 출신도 배경도 인종도 다른 이들이 ‘난민’이라는 이름 하나로 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다. 남자 24명과 여자 13명, 총 37명의 조촐한 규모로 선수단을 꾸려 육상과 유도, 태권도, 사격 등 12개 종목에서 경쟁한다.
이란 출신 난민 카스라 메흐디푸르네자드(32)는 파리 올림픽 남자 태권도 80㎏ 이상급에 출전한다. 어린 시절 축구 선수를 꿈꿨던 그는 친구의 겨루기를 보고 태권도에 입문했다. 노란띠를 처음 땄던 날 온 동네를 다니며 자랑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란에서 그는 주목받는 태권도 선수였지만 2017년 독일로 망명하면서 인생이 완전히 변했다. 메흐디푸르네자드는 올림픽닷컴 인터뷰에서 “태권도가 없었다면 난민으로 겪는 그 순간들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메흐디푸르네자드는 그저 올림픽 참가에 의의를 두지는 않는다. 최대한 좋은 결과를 희망한다. 2019년 유럽 선수들이 주로 참가하는 폴란드 오픈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실력도 있다. 그는 “사람들은 난민의 약자로 바라본다. 태권도를 잘하면 ‘정말 잘한다’고 하지 않고, ‘세상에 난민이? 올림픽에 나간다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운동선수가 아닌 다른 난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는 늘 긍정적인 관심을 받는다. 우리가 재능 있고 강해서가 아니라, 난민이고 힘든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정받는’ 난민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권도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는게 그의 바람이다.
사격 선수 루나 솔로몬(28)은 도쿄에 이어 파리까지 2 대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다. 에리트레아 출신인 그는 2015년 독재자의 탄압을 피해 유럽으로 넘어왔다. 죽을 위기를 넘겨 리비아에 왔고, 더 위험했던 12시간의 항해 끝에 이탈리아 경찰에 구조받았다. 그와 같은 난민 750명이 작은 배 한 척을 타고 지중해를 건넜다.
솔로몬은 지금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 2020년 아들도 낳았다. 이탈리아의 올림픽 사격 3관왕 출신 니콜로 캄프리아니가 시작한 난민들을 위한 사격 프로젝트 ‘메이크 어 마크(Make a Mark)’를 통해 이 종목에 입문했다. 처음 사격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손사래를 쳤다. 사격은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솔로몬은 금세 사격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실력 또한 일취월장했다. 솔로몬은 “내가 운동선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파리에서 난민들에게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인내심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난민 올림픽 팀은 2016 리우 올림픽 때 처음 창설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난민이 되면서 자신의 꿈을 잃을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엘리트 체육 선수들을 지원하겠다며 난민팀을 창설했다. 동시에 난민 위기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환기하려 했다. 리우 대회 10명이 참가했고, 도쿄 대회는 29명으로 늘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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