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권한얼, 에이티즈(ATEEZ)‧악뮤(AKMU) 기타
김범수, 이효리, 윤종신, 알리, 거미 등 600곡 세션
“에이티즈, 악조건 속 흔들림없는 가창과 춤 놀라워”
좋은 멜로디, 듣기 편한 코드보이싱 추구
제프 벡, 에릭 클랩튼 가장 좋아해
나이에 비해 ‘올드’하게 친단 말 자주 들어
본격 펑키 음악 추구하는 팀 만들고 싶어
어릴 때 꿈은 축구선수. 초교 때 100m 12초
형은 드러머 권한결, 장민호‧서사무엘 세션
메인기타는 탐 앤더슨 클래식, PRS 스튜디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권한얼(30)은 지난 2017년부터 이찬혁‧이수현 남매 듀오 악뮤(AKMU)의 공연 투어 밴드 멤버 및 많은 음악인 세션 기타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부터 에이티즈(ATEEZ)의 투어 밴드 기타리스트도 병행하고 있다.
김범수, 이효리, 윤종신, 알리, 거미, 허각, 소유, 휘성, 버스커버스커, 윤하, 나윤권, 김윤아 등 600여 곡의 세션에 참여했고, 마미손 '사랑은' 등 작곡‧편곡을 한 작품도 42곡(2024년 7월 음실련 기준)이나 된다.
권한얼은 김필, 김윤아 공연 세션에 이어 8월 에이티즈 '서머소닉' 페스티벌, 그리고 유채훈(라포엠) 공연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기타신공'에선 30대 젊은 연주자 중 손에 꼽을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기타리스트 권한얼을 만났다.
권한얼은 4년 전 강남 양재에서 부천으로 작업실(스튜디오)을 옮겼다. 아내의 고향이자 장모가 사는 집과도 가깝다. 밤낮이 없는 음악가의 라이프사이클로선 가족 친지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게 여러모로 편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에이티즈'를 워낙 좋아하고 대세 중의 대세 K팝 아이돌이다 보니 인터뷰도 에이티즈로 시작했다.
코첼라 2024 페스티벌 몇 개월 전에 결성된 에이티즈밴드는 밴드마스터 구본암(베이스)을 비롯해 권한얼(기타), 김승호(드럼), 윤준현(피아노) 4인 구성이다. 지난 4월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이 공식적으로 첫 무대였고, 이어 모로코 '마와진'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4인조 라인업 중 드러머 김승호는 다른 일정으로 인해 함께 하지 못했고, '코첼라'는 임채광, '마와진'은 이승주가 드럼 세션을 대신했다.
사막 지역에서 열리는 코첼라 페스티벌은 악조건(기후)이 출연진을 힘들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4월에 있은 코첼라 2024 페스티벌도 강한 흙먼지 바람이 많이 불어 공연 내내 아티스트들을 괴롭혔다. 가창 및 세션 연주에 지장을 줄 정도로.
"건조한 사막 지역이었고 흙먼지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무대에 세워둔 기타 지판에 흙먼지가 잔뜩 쌓여 기타가 마르고 손도 마를 정도였어요. (흙먼지를 털어내도) 연주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강하게 불어닥친 흙먼지 바람으로 연주자는 물론 가창자들도 고통을 겪었다. 권한얼은 에이티즈가 격렬하게 춤을 추며 노래하는 퍼포먼스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가창력을 지속해 새삼 놀랐다고 했다. 익히 잘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무대에서 함께 해보니 너무 대단했던 것.
"악조건에서도 에이티즈는 너무 잘했습니다. 에이티즈에 대한 현지 관객 반응도 뜨거워서 놀랐어요. 한국어 가사를 다 따라부를 정도였으니까요. 에이티즈 멤버 모두 밴드에 대해 호응도 잘해줬고 친절하고 예의도 발랐습니다."
에이티즈의 2024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서 권한얼은 PRS 스튜디오 기타, 어니볼 010(줄), 프랙탈 오디오시스템 FM9, 애비던스 포르테 케이블, 와이어월드 스트라투스7 파워 케이블 등을 사용했다. 사진 참조.
코첼라에 이어 6월 23일(현지시간) K팝 아티스트 최초로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마와진'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에이티즈 밴드는 4박5일 일정으로 출국해 20시간 넘게 걸린 비행으로 모로코에 도착해 하루 쉬고 다음 날 아침부터 리허설에 돌입했다. 매년 25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운집하는 '마와진' 페스티벌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에이티즈가 전 세계를 돌며 K팝의 지형도를 얼마나 크고 강력하게 확장해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예다.
권한얼은 '엠블랙', '뉴이스트' 밴드 활동에 이어 '악뮤', 그리고 '에이티즈'에 합류했다. 그는 에디킴 밴드마스터로도 활동한 바 있다. 최근 '라포엠' 유채훈 밴드 세션도 병행하게 됐다. 유채훈 밴드는 밴드마스터 권지수(건반)를 비롯해 최지수(건반), 권한얼(기타), 장동진(드럼) 안병철(베이스) 등 5인조에 이혜민‧정현모 등 2명의 코러스가 함께하고 있다.
그는 이찬원을 비롯해 몇몇 트로트 가수도 세션했다. 10여 년 전부터 트로트 관련 세션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찬원은 젊은 나이임에도 트로트의 느낌을 너무 잘 내는 것 같아요."
"한국인이라 그런지 학생 때부터 트로트에 이질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주현미 등의 트로트는 지금도 너무 좋아하죠. 지금 한국 음악시장에서 트로트와 아이돌을 빼면 성립이 힘들 만큼 트로트 장르가 막강해진 게 사실입니다."
인디밴드 '번 아웃 하우스'와 연주한 게 권한얼의 첫 레코딩이다. 큰 규모의 첫 라이브 세션은 2013년 버스커버스커 콘서트다.
권한얼은 1994년 1월 진주에서 2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지역 출판사 대표, 어머니는 어린이집 교사였다. 형 권한결도 음악가(드러머)로 서사무엘, 장민호 등과 활동했다.
어릴 때 꿈은 축구선수로, 초등학교 때 100m를 12초대로 뛸 만큼 민첩했다. 그러나 음악에 관심을 가지며 중1 때 형 권한결과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합주실 선배가 기타를 연주하는 게 멋있게 보여 드럼 잡은 지 한 달 만에 일렉트릭 기타로 전향했다. 처음 산 기타는 '콜트'로 2년간 사용하며 노브레인, 체리 필터 등 여러 밴드를 카피했다. 중학 3학년 때 펜더 57년 빈티지를 샀고 고교(서울실용음악고) 때까지 연주했다. 이후 서울예대에 입학하며 펜더 커스텀샵과 깁슨 ES-335를 구입했다. 이후부터 권한얼은 기타를 사고팔며 여러 악기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제임스 타일러(레드)를 샀다가 2년 후 처분하고 블랙 컬러의 동일 모델을 새로 구입하는 등.
이전까진 부모님의 서포트로 악기를 사던 그가 자기 돈으로 처음 사들인 기타가 탐 앤더슨 클래식이다. 사용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녹음 때 이 기타만 고집한다.
"다른 기타와 비교할 때 탐 앤더슨은 특색이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인 거 같아요. 그래서 녹음할 때 어떤 이펙팅을 해도 잘 어울립니다. 라이브에선 PRS 스튜디오 기타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다른 기타보다 출력이 강해 공연 때 뚫고 나오는 힘이 좋기 때문이죠. 그런 만큼 이걸 치다가 다른 기타로 무대에 서면 성이 차질 않습니다."
탐 앤더슨 클래식과 PRS 스튜디오는 권한얼의 메인기타다. 이 기타를 포함해 터틀 레스폴, 2018년 해외 투어 때 현지 구매한 카빈(픽업 개조), 엄태창150 등 17대의 기타를 소장하고 있다. 엄태창 150호는 권한얼 최초의 나일론 기타다.
"향후 메이플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연주해 보고 싶어요."
권한얼의 작업실엔 앰프 여러 대가 비치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앰프 녹음을 해보고 싶어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아직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펜더 베이스맨 앰프는 '클린톤이 좋다'고 해서 지난 2015년에 샀다. 이외에 펜더 블루스 딜럭스(리이슈), 마샬 JCM2000 등이 벽 한쪽에 있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부터 프랙탈을 사용하고 있다. 공연 때 프랙탈 오디오시스템 FM9을 애용한다.
예전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연습을 했지만, 지금은 일이 많아 연습시간이 불규칙하다. 그래도 매일 1시간은 꾸준히 하고 있다.
"기본기에 중점을 두는 게 저만의 연습 루틴입니다. 학생 때부터 기본기에 신경을 많이 썼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저는 테크니션이 아닙니다. 멜로디가 살아있는 라인에 관심이 많고 듣기 좋은 코드보이싱 연출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
가장 많이 영향받았고 존경하는 기타리스트는 제프 벡과 에릭 클랩튼이다. 특히 제프 벡은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 전공 신입생들 주축의 '장독대' 공연 때도 제프 벡의 'Stratus'를 연주했다.
"선배나 동료들로부터 '나이에 비해 올드하게 친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한 선배는 제가 20살 때 '너는 나이는 20인데 마치 30대 중반처럼 기타를 친다'는 말을 할 정도였죠."
강의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모교인 서울실용음악고에 출강하고 있다. 근래 실용음악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마크 레티에리, 코리 웡 등이 가장 핫한 기타리스트들이라고 했다.
취미는 게임,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한다. 체질에 맞지 않아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
"솔로앨범 계획은 있지만 일말의 부담(두려움)도 있습니다. 세션 연주자는 항상 뒤에서 있다 보니 막상 앞으로 나와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하니…. 만일 솔로앨범을 내게 된다면 보사노바, 퓨전 등등 기타 인스트루멘틀 타입을 지향하고 싶어요."
"코첼라 때 사브리나 카펜터 무대를 인상 깊게 보고 사브리나의 음악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최근 자주 듣는 음악 중 하나가 됐죠. 이외에 에릭 존슨 등도 자주 듣고 있어요."
권한얼은 2012년 서울예대 재학 중 아내를 처음 만나 2019년 결혼해 만 3살 된 딸이 있다. 아내와는 처음 만나 대화할 때부터 서로 통하는 게 많아 자연스럽게 연애로 발전했다고.
"음악적으론 올해 남은 스케줄을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투어가 많다 보니 육아 대부분을 와이프가 하고 있어요. 이전부터 여행을 가고 싶어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그래서 연내엔 꼭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펑키한 음악을 추구하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타리스트'란 호칭은 '기타만 치는 사람'이란 한정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타리스트'란 명칭으로만 불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할 것입니다."
사용장비
기타 / 탐 앤더슨 클래식, PRS 스튜디오, 제임스 타일러, 터틀 레스폴, 카빈, 엄태창 150호 그 외
앰프 / 펜더 베이스맨, 펜더 블루스 딜럭스(리이슈), 마샬 JCM2000
이펙트 / 프랙탈 오디오시스템 FM9 그 외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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