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주, 코로나 이후 최악의 하락…바이든·트럼프·순환매 탓

권성희 기자 2024. 7. 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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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붐으로 올해 주가가 급등세를 탔던 반도체주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급락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과 대만 반도체산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우호적인 발언, AI 수혜주에서 중소형주로의 순환매라는 3중 악재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술주를 압박했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6.6% 급락했고 AMD는 10.2% 폭락했다. TSMC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은 8.0%,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6.3% 미끄러졌다.

브로드컴은 7.9%, 마블 테크놀로지 그룹은 10.2%, 퀄컴은 8.6% 내려갔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 홀딩 ADR은 12.7% 폭락했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램 리서치도 10% 이상 추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최근 3개월간 추이/그래픽=윤선정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6.8% 추락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일 9.8% 하락 이후 4년 4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나스닥지수도 2.8% 급락해 2022년 12월15일 이후 1년 7개월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AI 서버 제조업체로 각광 받아온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와 델 테크놀로지스도 7% 가까이 미끄러졌다.

이날 반도체주 급락은 3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에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도록 계속 허용할 경우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전달했다는 블룸버그 보도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동맹국이 자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네덜란드의 ASML과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 같은 해외 반도체 기업일지라도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FDPR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면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다.

이 때문에 ASML은 이날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지난 4~6월 주문 잔고를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급락했다.

둘째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븜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켜주는 대가로 대만이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밝히는 한편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100% 가져갔다고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재집권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수출 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반도체주를 끌어내렸다.

CFRA의 애널리스트인 안젤로 지노는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반도체산업에 더 큰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판단한다"며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산업을 돌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카데미 증권의 전략가인 피터 치르는 마켓워치에 "우리는 반도체산업이 국가 안보 마인드 속에 굳게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며 "반도체 개발과 생산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요 관심사이며 지금까지는 첨단 기술과 미래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 국가 안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셋쨰는 지난 6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하회한 것으로 발표된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많이 오른 대형 기술주에서 주가 흐름이 저조했던 비기술주와 중소형주로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트레이드 네이션의 시장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모리슨은 이날 보고서에서 "순환매가 질서정연하게 진행된다면 증시 밸류에이션이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기술주 매도가 계속된다면 신용잔고가 많은 주식에 반대매매가 발생하며 심각한 하락이 촉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주에 대한 심리는 18일 TSMC의 실적 발표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증권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조던 클라인은 이날 보고서에서 TSMC의 실적이 반도체주의 향방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겁을 집어먹고 무분별하게 반도체주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7월 어닝 시즌의 주가 조정과 리스크 회피 거래는 투자자들의 기대치와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우 고조된 낙관적 포지션 및 심리를 낮추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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