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도시' 대전의 불안한 미래…해법은 딥테크 창업생태계

대전=류준영 기자 2024. 7.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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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세종·충남(DSC) 지역혁신플랫폼은 16일 대전 호텔ICC에서 '제1회 DSC 미래전략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사진=충남대

한국과학기술지주(KST) 최치호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0대 과학기술 클러스터'에서 서울은 3위, 대전은 18위, 부산은 74위, 대구는 91위였다. 서울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전의 랭킹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도드라진다. 인구 1명당 논문·특허수가 높은 상위 25개 클러스터 순위에서도 대전은 6위에 올라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18곳, 카이스트 등 대학 10곳 등 우수 연구기관과 대학이 밀집한 덕이다.

그렇다면 '대전은 지속가능한 경쟁력 있는 도시인가?'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대전이 처한 상황을 뜯어보면 '과학기술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지난 16일 대전 호텔ICC에서 열린 '제1회 DSC 미래전략산업발전포럼'에서 거론된 각종 수치는 대전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먼저, 대전 지역 예산(12조4000억원) 대비 자체 과학기술 예산 비율은 1.45%(1773억원)에 그쳤다. '4차 산업혁명의 수도'를 표방하고, 전세계 딥테크(첨단기술) 창업생태계 10위권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에 견주면 민망한 수준이다.

창업기업 수는 2020년(3만9330개)을 기점으로 2021년 3만5500개, 2022년 3만3699개로 감소 추세다. 지난해 기준 대전 지역 벤처투자금액은 3475억원으로 집계돼 우리나라 전체의 6.4%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R&D(연구개발) 기반 창업기업 성장에 중요한 시리즈B 이상의 장기 후속투자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대전 소재 창업투자회사는 2곳에 불과하고,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아예 없다.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타 지역으로 이동해 첫 취업을 했다는 비율이 59.3%에 달하고, 대전 인구 수가 2014년(154만명)을 기점으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인력 수급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한다.

대전엔 성공한 창업가 또는 기업들이 후배기업들을 멘토링하는 네트워크도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뉴로메카(2023년, 포항) △정우공영(2019년, 인천) △로지스퀘어(2019년, 서울) △에이디피에스(2019년, 서울) △골프존(2019년, 서울) △레인보우로보틱스(예정, 세종) 등 대전에서 시작해 성공한 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대전을 떠나 타 지역으로 전출했거나 옮긴 사례가 많은 탓이다.

패널 토론에서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대전을 벗어난 회사를 보면 주로 이동이 가벼운 소프트웨어, AI(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ICT 기업 위주"라며 "일할 사람을 못 구해 떠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20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서준석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는 "성공한 기존 기업이 맏형으로써 초기 창업기업을 견인하고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업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대덕특구 상장사의 전략적 벤처투자자(CVC) 역할을 부여하고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연구성과물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기술 창업이 일어날 줄만 알았던 대전의 모습은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미국, EU(유럽연합) 등에선 디지털전환(DX) 등 지역 전략산업 강화를 위해 '딥테크 벤처 중심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EU의 경우 딥테크 벤처 육성에 내년까지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전세계 딥테크 민간투자 연평균 증가율이 22%를 넘어선다.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유효상 원장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 세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약 2700개사로, 유니콘이 될 때까지 평균 15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조성되는 펀드 규모를 놓고 볼 때 하나의 유니콘도 만들기가 버거워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니콘의 글로벌 점유율은 약 1%로, 최근 '핫'한 기후테크 분야는 미국이 45개, 중국이 19개, 스웨덴이 5개, 한국은 0개다.

유 원장은 "미국에선 최근 탈(脫) 실리콘밸리 현상이 생겨 텍사스, 샌디에이고 등 동부로 스타트업들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국내 판교 벤처밸리 사례에서 보듯, DSC(대전·세종·충남)도 특성과 강점을 잘 발전시켜 나간다면 수도권 기업이 역으로 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과학기술도시 대전의 당면 과제는 비단 다른 지역과 동떨어진 얘기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포럼은 대전과 그 경계를 함께 한 지역도시라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는 역할을 했다. 이제 현안에 임기응변으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생태계 구성원과 함께 문제를 풀기 힘들게 만드는 교착 지점을 공유하고, 위기의 본질과 과제를 하나씩 짚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대전=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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