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예술 못자리’ 학전, '아르코꿈밭극장'이 이어갑니다

이태훈 기자 2024. 7. 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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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 넉 달 여 리모델링 거쳐 17일 개관식, 축하 공연
정병국 위원장 “학전 정신 계승, 좋은 어린이극 역할 할 것”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어린이·청소년극은 수지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볼 만한 좋은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는 역할을 해온 게 학전과 김민기 선생이었어요. 공공 부문에서 해야 할 일을 민간에서 했던 것이고, 이제 저희가 그걸 이어받아 해나가려 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정병국 위원장은 17일 서울 대학로 옛 학전 소극장 건물에서 열린 ‘아르코꿈밭극장’ 개관식에서 언론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학전 소극장은 1991년 이후 33년간 대학로 예술 배움[學]의 텃밭[田], 새로운 예술가를 길러내는 못자리 역할을 해온 극장. 하지만 설립자인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와 경영난으로 지난 3월 폐관했다. 대학로 소극장 문화의 상징이었던 학전이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이에 예술위가 나서 학전 건물을 임차하고 김민기 대표의 뜻과 학전이 문화예술계에 끼친 영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넉 달 여 리모델링을 거쳐 이날 새로운 이름으로 재개관식을 연 ‘아르코꿈밭극장’의 이름은 인터넷 국민 공모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학전 자리에 새로 들어선 아르코꿈밭극장의 변신은 이제 시작이다. 물이 새는 곳이 있을 만큼 건물이 노후한 데다 조명 등 가장 기본적인 시설도 손 볼 데가 많았다. 정 위원장은 “이 극장에서 공연이 중단되는 날이 단 하루라도 줄어들길 바랐다. 그래서 우선 시급한 부분부터 손 보고 먼저 문을 열었고, 올 하반기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한국 아시테지)가 프로그램 운영을 맡아 어린이극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개관식 전 언론 간담회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왼쪽)과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한국 아시테지) 방지영 이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운영을 맡게 된 한국 아시테지 방지영 이사장은 “김민기 선생이 학전에서 해온 일은 어쩌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것과 같고, 그런 선생의 작업을 이어가는 분들도 많다. 다음 주 중에 대관 공고를 내고 그런 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공연 일정을 잡아갈 것”이라고 했다.

김광석 노래 경연대회 등 옛 학전의 대표 행사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학전을 대표하는 작품도 이어나가고 싶지만 김민기 선생에게 당장 허락을 얻진 못했다”며 “선생은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시는 것 같다. 앞으로 아르코꿈밭극장이 자리 잡고, 또 많은 관객이 원한다면 그 때는 다시 공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169석 규모의 공연장 꿈밭극장(지하 2층)과 연습실·어린이 관객 교육 공간으로 쓰이는 텃밭스튜디오(3층), 책을 읽는 공간인 꽃밭라운지(2층)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행사에선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와 올해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 소개되는 연극 ‘뜀뛰는 여관’ 속 노래가 공연됐다. 특별 공연으로 준비된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에도 어린이 관객이 몰렸다. 정 위원장 및 공연예술계 관계자, 어린이와 가족 관객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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