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래식 동맹’서 ‘핵 동맹’으로… 공동지침 넘어 연합작계로 가야[Deep Read]

2024. 7. 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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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한의 Deep Read -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비핵국가 중 양자 차원서 ‘미국과 핵작전 논의’ 첫 사례… 핵우산 ‘신뢰의 위기’ 극복 계기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군사 연합작전계획 필요… 운명공동체 인식 바탕 후속조치 절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구축을 핵심 골자로 하는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한·미 공동지침’)을 승인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한·미동맹이 명실상부한 핵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고 밝혔다.

‘일체형 확장억제’는 미국의 핵전력에 초점을 맞추되 여기에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더해 핵 운용 관련 정보공유·협의·기획·연습 및 훈련·작전 등을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재래식-핵 통합(CNI)’이란 미국의 핵 작전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지원해 대북 억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일체형 확장억제

‘일체형’이란 용어는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구성요소에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걸 넘어 첨단 재래식 전력을 제공해 대북 억제에 기여하며 한·미가 함께 확장억제를 구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확장억제를 제공할 때 자신의 핵무기 운용 시스템을 비핵 동맹국들과 공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유사시 미국이 ‘완벽히’ 보호해 줄 것이니 무조건 믿으라는, 일종의 ‘핵 신비주의’를 고집했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인해 핵 신비주의가 설 땅이 좁아졌다. 마침내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 말부터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본격적 대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2023년 4월 ‘워싱턴선언’을 계기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함으로써, 한국도 미국의 핵무기 운용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핵기획과 핵실행을 미국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한·미 정상이 이번에 승인한 ‘한·미 공동지침’은 지난 1년간 3차례의 NCG 회의를 통해 양측이 합의한 결과물이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을 억제하고 유사시 즉각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핵 자산에 처음으로 ‘한반도 임무’가 전·평시에 배정될 것임을 확약한 문서다. 선언적 수준의 ‘억제’를 넘어 북의 핵 사용 시 ‘대응’까지 포함한 조치를 공식 문서로 채택한 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 군이 미군과 함께 한반도 핵 운용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전략을 협의하고 기획하며, 연습·훈련·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실전 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된 셈이다. ‘재래식 전력에 바탕을 둔 한·미동맹’이 ‘핵에 기반한 동맹’으로 격상됐다고 할 수 있다.

◇공동지침 승인 이후

특히 한·미 CNI는 비핵국가로서 양자 차원에서 미국과 직접 핵 작전을 논의하는 최초 사례이다. CNI 논의가 시작된 배경은 북한 핵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과연 동맹국 유사시 자신이 가진 핵 자산을 북한에 과감히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은 이른바 일체형 확장억제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 자산을 불가분의 시스템으로 일체화하는 모습을 구현함과 동시에 대북 억제를 넘어 북한의 핵 사용 시 대응계획까지 공유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미국의 핵우산에 가지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려 한 것이다.

이번 지침에 따라 한·미는 올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계기에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적용한 고위급 도상연습(TTX)을 포함한 다양한 연습과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습 및 훈련을 통해 북핵 위협 대비 동맹의 태세와 능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점들이 우리 국민 눈에 긍정적으로 비치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 위기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공동지침’ 단계를 넘어 ‘한·미 연합 작전계획’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이번에 유사시 한·미 양국 정상 간 즉각적인 협의를 보장할 수 있는 절차 및 통신보안 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 북핵 위기 시 한·미 간 핵 관련 민감 정보 공유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물론 진전된 합의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사용 위협 또는 실제 사용 시 한·미 핵작전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시나리오에 따라 상세히 규정한 작전계획이다. 아무래도 ‘정치적 문서’는 ‘군사적 작전계획’보다 정권 변화에 취약하다.

◇넘어야 할 장애

그런데 ‘작전계획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미국의 핵 자산을 제공하는 사령부는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이므로 주한미군사령부(USFK)는 핵작전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 한·미 공동지침을 연합 작전계획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핵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한미연합사령부, 미국 전략사령부, 그리고 올해 말 출범 예정인 한국 전략사령부 간에 적절한 임무 분장이 이뤄져 일체형 확장억제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또 다른 과제는 확장억제 구성요소인 핵우산·재래식 전력·미사일 방어 중에서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의 통합은 합의된 만큼 미사일 방어와 관련된 한·미 간 협력, 더 나아가 한·미·일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일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력(요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3국 정찰자산의 유기적 통합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증강된(enhanced)’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에, 단거리는 한국에, 중거리는 일본에 위협이라는 식의 단순 논리는 위험하다. ICBM이 미 본토의 목표지점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게 되면 유사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가 약화할 수 있다. 북의 단거리탄도미사일 사정권 내에는 우리 국민뿐 아니라 주한미군도 있으므로 한·미 모두에 위협이다. 북의 중거리미사일은 유엔사 후방 기지가 있는 일본을 위협하므로 유사시 미군 증원군의 이동을 어렵게 한다. 이런 점을 인식한다면 3국 미사일 방어 협력은 더욱 긴요해진다.

◇운명공동체에의 믿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체형 확장억제를 구현하기 위한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 결국 한·미 양국이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게 확장억제의 기본이다. 양국은 인식의 공감대 위에 일체형 확장억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후속 조치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 용어 설명

‘확장억제’란 미국이 핵을 갖지 않은 동맹국에 대해 제3국이 핵 위협을 가할 때 핵·재래식·미사일 방어 능력 및 진전된 비핵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력을 동원해 억제력을 제공하는 전략.

‘NCG’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2023년 4월 ‘워싱턴선언’에 따라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연합 억제 및 대응 태세를 제고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

■ 세줄 요약

일체형 확장억제 : 한·미가 ‘재래식-핵 통합(CNI)’을 통한 일체형 확장억제 구축을 골자로 하는 공동지침을 채택. CNI는 비핵국가로서 양자 차원에서 미국과 핵 작전을 논의하는 첫 사례. 한·미가 ‘핵 동맹’으로 격상한 것.

공동지침 승인 이후 : 핵우산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려면 연합 작전계획까지 가야. 동맹의 약속이 정치 변화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 양국 전략사령부 간 핵작전 참여를 위한 적절한 임무 분장도 필요.

운명공동체에의 믿음 : 확장억제 구성요소 가운데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 통합이 합의된 만큼 이제 미사일 방어와 관련된 한·미 간, 나아가 한·미·일 간 협력이 과제.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게 확장억제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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