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리콘 밸리 억만장자들 설득에 밴스 러닝메이트 선정"[2024美대선]

강영진 기자 2024. 7. 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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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자금 모금 저녁 행사 참석 수십 명 전원
트럼프에 밴스 선정 만장일치 지지 밝혀
티엘·삭스·머스크 등 한 목소리로 밴스 칭찬
[밀워키=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이 귀에 거즈를 붙인 채 15일(현지시각)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참석해 JD 밴스 부통령 후보와 얘기하고 있다. 정치 경력이 일천한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데 실리콘 밸리의 기술 억만장자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 2024.07.1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정치 경력이 매우 일천한 J.D.밴스 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되는 등 빠르게 부상하는데 실리콘 밸리의 기술 기업가들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의 기업가 겸 팟캐스터인 데이비드 삭스 소유 퍼시픽 하이츠의 고급 저택에서 열린 트럼프 선거 자금 모금 저녁 식사를 밴스가 주재했다. 기술 기업과 암호화폐 회사 임원 및 투자자 수십 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1인당 참가비가 30만 달러(약 4억1400만 원)에 달했다.

이 자리에서 삭스와 다른 기술 투자자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가 참석자들을 상대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누가 좋을 지를 조사했다. 그 자리에 트럼프는 물론 다른 러닝메이트 후보자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참석해 있었으나 참석자 전원이 밴스를 지지한다고 트럼프에게 밝혔다.

39살인 밴스는 기술 전문 투자자 피터 티엘 밑에서 일하는 등 실리콘 밸리에서 5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그리 길지 않은 경력이다. 기술 산업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기지 않은 그였지만 이 기간 동안 정치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티엘, 삭스, 일론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과 인맥을 형성한 것이다. 이들이 밴스의 정치적 야심을 금전적으로 뒷받침하고 다른 부호들을 끌어들이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홍보하고 트럼프에게 러닝메이트로 선정하도록 로비했다.

2022년 중간 선거 전까지 티엘은 밴스의 상원의원 선거에 1500만 달러(약 206억 원)를 후원했다. 삭스도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트럼프 밴스 선정 이유로 "기술 분야에서 크게 성공" 밝혀

트럼프는 15일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기술 및 금융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경력”을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선정한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할 경우 백악관에 함께 입성할 밴스가 실리콘 밸리의 이익에 기여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기술 거대 기업들을 반독점 혐의로 기소한 연방통상위원(FTC)을 칭찬했고 구글에 대해 “명백히 진보적인 기술회사”라며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반면 팔리하피티야는 “밴스가 우리를 대변하면서 우리 모두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는 예일 법대 학생이던 2011년 법대생들의 미래가 실리콘 밸리에 있다고 연설한 티엘을 처음 만났다. 밴스는 2020년 가톨릭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피터 (티엘)의 연설이 예일 법대 시절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고 썼다.

밴스는 2013년 예일법대를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으로 이주해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인 서큐트 테라포이틱스에서 일했다.

프레데릭 몰 서큐트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에 투자한 “티엘이 천거해 그를 채용했다”고 밝혔다.

티엘은 밴스가 2016년 펴낸 “촌뜨기의 애환(Hillbilly Elegy)”이라는 자서전을 홍보하는 글도 썼으며 자신이 공동 설립한 벤처투자사 미스릴 캐피털에 고위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 시기 밴스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티엘은 밴스가 “트럼프를 절대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몇 달 뒤 미스릴 캐피털의 아자이 로얀 파트너와 충돌한 끝에 회사를 떠났다.

이듬해 아메리카 온라인 공동설립자 스티브 케이스가 설립한 벤처투자사 레볼루션의 파트너가 된 밴스는 회사가 있는 오하이오와 워싱턴을 오가면서 18개월을 보냈다.

2020년 신시내티에서 벤처 투자사 나르야 캐피털을 직접 설립한 밴스는 에릭 슈미트 구글 대표, 마르크 안드리센과 피터 티엘 등으로부터 12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티엘은 회사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시기 밴스는 보수 진영 지지를 받는 기술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가졌고 티엘과 함께 보수 진영 지지 동영상 서비스인 럼블에 투자했다.

이 시기 밴스는 보수 지지 큰 손 기부자들의 모임인 록블리지 네트워크를 공동 설립했다. 2021년 7월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그를 지지하는 티엘이 트럼프가 밴스의 상원의원 출마를 승인하도록 설득했다.

이후 티엘과 트럼프의 관계가 소원해졌으나 밴스는 트럼프와 돈독해졌다. 티엘은 지난달 한 회의에서 트럼프가 “머리에 총을 겨누지 않는 한”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티엘은 밴스와 한 팀이 된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도 트럼프가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선정하도록 독려했다. 지난 15일 머스크는 밴스의 선정이 “탁월한 결정”이라고 썼다.

트럼프 장남 삭스에게 소개한 장본인이 밴스

삭스의 경우 밴스가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트럼프는 삭스의 막대한 재산과 명성에 매료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삭스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했다.

삭스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저녁 모임에서 밴스가 아니었다면 1200만 달러(약 126억 원)의 선거자금 모금이 불가능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삭스는 15일 X에 올린 글에서 “밴스는 트럼프 편에 서야할 사람이다. JD, 트럼프, 미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썼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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