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 테리, 보석금 50만달러에 석방…FBI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
“신고 없이 금품 등 받고 한국 정부 위해 활동”
美 당국에 줄줄이 활동 노출된 국정원 도마에
‘돌연 사임’ 정박 대북고위관리, 연관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대가를 받고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RF) 선임연구원이 16일(현지시간)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 10년간 국가정보원 요원의 움직임이 미 수사당국에 줄줄이 노출된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檢, 美지한파 학자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협의로 기소=17일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과 크리스티 커티스 연방수사국(FBI) 뉴욕사무국 부국장 대행은 테리를 전날 뉴욕시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다만 테리 연구원은 보석금 50만달러(약 6억9000만원)를 내는 조건으로 당일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수사당국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외국 정부와 기관 등 외국의 이익을 대변해 로비 활동을 하는 미국 개인이나 기업은 법무부에 등록하고 로비 활동과 금전적 거래 등을 신고하도록 규정한 FARA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받고 있는 FARA 위반 혐의는 최대 5년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지검장은 “이번 기소는 자신의 전문성을 외국 정부에 팔겠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공공정책 종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하고 법을 준수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티스 FBI 부국장 대행은 “그녀가 받는 혐의들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했다”면서 “이번 체포는 FBI가 외국 간첩들과 협력해 우리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은 누구든 쫓아서 체포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미 수사당국이 공직자가 아닌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를 FARA 혐의로 기소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한 한국 정부를 향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FARA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만나려고 온 사람들을 접촉할 때 그들이 누구를 대표하는지, 자신들을 대표하는지, 외국 정부를 대표하는지 알기 위해서”라며 “이것이 그 법이 제정된 이유이자 법무부가 강력히 집행하는 이유이며 법무부가 법을 집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10년간 국정원 동선·대화 내용 추적…‘경고성’ 메시지=검찰이 테리 연구원을 기소하며 공개한 31쪽의 공소장에는 10년 간의 국정원 요원 활동이 적나라하게 담겨 국내 최상위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비공식 첩보활동의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국정원 요원들과 만나는 CCTV 사진은 물론, 통화·이메일을 추적했고 접촉 동선과 실제 대화 내용을 파악해 낱낱이 공개했다. 미 수사당국이 테리 연구원과 국정원의 접촉을 장기간 주시해 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2014년에는 FBI가 테리 연구원을 소환 조사해 경고를 하기도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2001년부터 CIA에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고, 2013년 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이라고 소개한 국정원 요원과 처음으로 접촉한 이후 워싱턴 D.C 및 뉴욕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고위 요원과 만나 비공개 정보를 건넸다.
테리 연구원은 국정원 간부의 요청으로 전·현직 미 정부 관리와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기고했고, 그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3450달러(약 475만원) 상당의 루이뷔통 핸드백, 2845달러(약 391만원) 상당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2950달러(약 406만원) 상당의 보테가 베네타 명품 핸드백 등을 선물 받고 3만7000달러(약 5100만원) 이상의 연구 기금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들이 테리 연구원을 위해 명품 가방을 직접 들고 대사관 번호판이 부착된 차를 타고 함께 떠나는 모습과 고급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이 증거 사진으로 첨부됐다.
▶‘돌연 사임’ 정박 대북고위관리 배경에 연관성=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2022년 6월 미 국무부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참석한 대북 전문가 초청 비공개 간담회 내용을 회의가 끝나자마자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국무부 회의가 끝난 직후 국정원 요원이 대사관 번호판이 달린 차량에 테리를 태운 뒤 그가 작성한 두 페이지 메모를 촬영했다”고 밝혔다.
최근 돌연 사임한 정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부차관보의 사임 배경에 테리 연구원의 혐의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정황도 제기되고 있다. 공소장에는 테리 연구원이 2021년 4월16일쯤 워싱턴 D.C에서 국정원 요원과 저녁을 먹으면서 “과거에 CIA와 국가정보위원회(NIC) 고위급을 역임했으며 한국 업무도 담당하는 국무부 고위당국자와 테리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미 테리는 누구…CIA 출신 북한 전문가=테리 연구원은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했고, 2008년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과 동아시아 국가정보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했다.
테리 연구원은 이후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이자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서 스피커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압록강을 건너 태국 땅까지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탈북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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