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法 시동]③ 거래소 집중된 기능 분리부터… 2단계 입법 서둘러야

진상훈 기자 2024. 7. 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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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상장·매매 중개·보관 등 독점
스테이블코인 규제도 1단계 법에서 빠져
공시·평가 체계 수립, NFT 시장 관리도 과제
앞으로 논의될 2단계 가상자산법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지난 2022년 갑자기 폭락해 50조원 넘는 투자 피해를 낳은 '루나' 역시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사진은 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3월 몬테네그로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모습. /로이터연합

오는 19일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시세 조종을 비롯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과 투자자 예탁 자산 보호 등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자금 세탁 등 각종 금융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는 2단계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하면서 ▲가상자산의 발행·유통 과정의 이해 상충 문제 해결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수립 ▲가상자산 평가·자문·공시·규율 체계 수립 ▲가상자산 사업자의 영업 행위 규율 등이 필요하다는 부대 의견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2대 국회에서 논의될 2단계 가상자산 법안에도 이런 내용이 중점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 상장·매매·보관 다 하는 거래소, 기능 분리 시급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발행과 유통이 집중된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능을 분산하는 것이다. 주식 시장의 경우 상장 심사는 한국거래소, 거래 중개는 증권사, 예탁과 관리는 한국예탁결제원으로 각각 기능이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소가 상장과 중개, 수탁 업무 등을 모두 수행하고 있어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거래소들이 상장과 매매 등 거래 지원을 독점한 탓에 시장 혼란이 발생하고 투자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떠안는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의 자체 발행 코인 ‘위믹스’다.

지난 2022년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는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점을 문제 삼아 위믹스에 대해 상장폐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거래량이 급감하자, 코인원을 시작으로 고팍스, 빗썸 등은 잇따라 위믹스를 재상장했다.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인지도가 높고 거래량이 많은 위믹스에 대한 거래 지원을 슬그머니 재개한 것이다. 위믹스는 재상장과 함께 가격이 급등했지만, 상장폐지 처분을 받을 당시 헐값에 위믹스를 처분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영리 사업성이 강한 매매와 공익성이 강한 청산 결제가 동일 사업체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 상호 확인과 모니터링 기능이 약화돼 거래 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매매 기능과 청산 결제 기능이 명확히 분리되지 못할 경우 각 운영 주체의 권한과 책임도 불명확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거래소의 발행·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 상충 해소 방안을 담은 이행 보고서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금융위는 특히 이해 구조적 분리가 쉬운 보관·관리 기능부터 거래소에서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해 11월 가진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의 위믹스 상장 폐지 결정을 수긍할 수 없다며 울먹이고 있다. /뉴스1

◇ “루나 사태 재발 막아라”…스테이블코인 규제도 필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도 2단계 법안을 논의할 때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과제로 꼽힌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등 법정화폐와 가치가 1대1로 고정된 가상자산을 뜻한다. 일반적인 코인에 비해 변동성이 작고 화폐와 연동된다는 특징이 있어 결제와 송금 등의 수단으로 쓰이며, 전통 금융 시장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반대로 이처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탓에 제대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법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와 극심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2022년 갑작스럽게 가치가 폭락해 전 세계적으로 50조원이 넘는 투자 피해를 낳은 테라·루나 역시 달러화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만든 가상자산 법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가상자산법 ‘미카(MiCA)’는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전자화폐토큰과 코인 등 여러 자산을 기반으로 한 자산준거토큰으로 나눠 규제한다. 또 발행자는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미국 뉴욕주(州)는 지난 2022년 발표한 ‘가상자산 지침’을 통해 발행사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와 동일한 규모의 준비금을 쌓고, 이를 소유 자산과 분리해 별도의 금융 기관에 보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의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법안이 논의 중인데, JP모건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달 전망했다.

이 밖에도 가상자산 관련 공시와 가치 평가 등에 대한 체계 수립도 2단계 법안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규정하는 가상자산에서 제외된 대체불가토큰(NFT)과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등에 대한 관리 규정을 만드는 일도 남은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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