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미끼로 저신용자 할부계약 유도…'내구제 대출' 일당 무더기 징역형

[천안]저신용자에게 급전을 미끼로 가전제품 할부 계약을 하도록 유도해 제품을 가로챈 뒤 되팔아 십수억원을 챙긴 이른바 '내구제 대출' 일당에게 징역형이 내려졌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의 범행을 도운 B씨 등 4명에게는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집행유예 2~3년을 내렸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청주와 대구, 서울 등지에서 저신용 대출 희망자에게 가전제품 할부 매매와 결합한 상조상품을 가입하게 한 뒤 지급된 가전제품을 회수해 판매하는 수법으로 423회에 걸쳐 13억1073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내구제 대출'은 '내가 나를 구제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운 대출 희망자가 자신의 명의로 상조나 휴대전화, 가전제품 렌탈에 가입해 취득한 제품을 제3자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는 방식의 불법 사금융이다.

A씨 등은 각 지역에서 알선책과 판매책 등 역할을 나누고 인터넷을 활용해 대출희망자를 모집했다. 상조회사는 가전제품 할부금 완납 전까지 임의 처분을 금지했으나 A씨 일당의 범행으로 피해를 입었다.

A씨 등은 대출희망자들로부터 가전제품을 구입했을 뿐이라며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출 희망자들은 상조회사를 속이고 가전제품을 편취해 사기죄가 성립하고, 피고인들은 이들의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있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접 피해자인 상조회사에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히고, 궁박한 처지에 있던 다수의 대출희망자들의 경제적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든 사회적, 경제적 피해가 크다"며 "내구제 범행의 공범으로 가담한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 처벌 필요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실제 얻은 이익은 편취금액에 미치지 못한 점, 범행 경위와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