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 잡는 형사가 마약에 중독됐다?" 반전의 묘미 '커넥션' [스프]

2024. 7.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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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레]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장르물을 좋아하는 시청자 중 상당수는 드라마 방영이 모두 끝나기를 기다린 후, 주말이나 시간이 여유로울 때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몰아서 정주행하는 것을 즐긴다.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누가 범인인지, 미치도록 궁금한데 다음 방송까지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하는 건 굉장히 곤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 최근 종영한 따끈따끈 재밌는 장르물이 하나 있다. 지난 6일 총 14부작으로 방송을 끝마친 SBS 드라마 '커넥션'(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이다. 날은 더운데 비까지 와서 후덥지근한 날씨를 피해 집에서 혹은 휴가지에서 '시간 순삭'시킬 만한 드라마를 찾는다면,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할 수 있는 '커넥션'을 추천한다.

'커넥션'은 1회 5.7%(이하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의 비교적 낮은 시청률로 시작해, 마지막 14회에서 14.2%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다. 중간에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되기 어려운 수사 장르물인데도 불구하고 매회 시청률이 상승 곡선을 그린 것만 봐도, 이 드라마가 시청자 사이에서 얼마나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탔는지 짐작 가능하다.

'커넥션'은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가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려 고군분투하는 드라마다. 마약에 중독된 마약팀 형사, 주인공 장재경 역으로는 배우 지성이 활약했다.

지성이 지성했다

지성은 이미 '믿고 보는 배우'라 불릴 만큼,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 중 하나다. 지난 20여 년간 지켜봐 온 그의 배우로서의 능력을 알기에, 당연히 '커넥션'에서도 훌륭히 캐릭터를 소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커넥션'은 지성의 신들린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다.

마약범을 잡아야 하는 형사가 마약에 중독됐다는, 이 역설적인 설정은 지성의 연기로 모든 게 설득된다. 지성은 베테랑 마약팀 형사로서 결연하고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레몬뽕'이란 신종 마약에 중독돼 금단 증상에 시달리는 모습을 처절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강한 카리스마로 범죄자들 앞에서 호령하는 형사이자, 충혈된 눈으로 혼이 빠진 듯 행동하다가 맹수같이 약에 달려드는 극단적인 마약 중독자이기도 한, 장재경의 양면성을 표현한 지성의 소름 끼치는 연기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연출을 맡은 김문교 감독도 현장에서 지성의 연기를 보며 소름 끼친 순간들이 많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지성의 연기가 완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열정'에서 찾았다.

김 감독은 "지성이란 배우를 더 존경하고 좋아하는 부분들은 OK 컷들보다 수많은 NG 컷들에 있다. 지성 배우는 엄청난 베테랑이고 관록 넘치는 업계 선배지만, 동시에 아이 같은 순수함과 열정이 있다.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장면에 접근하고 시도해 보고, 그 수많은 시행착오를 공유해 주고 토론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조언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 결국 너무 뛰어난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까지의 그 열정과 태도 자체가 항상 저에겐 큰 자극이 됐다"라고 극찬했다.

하나하나 보석 같은 배우들


'커넥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건 지성이 전부가 아니다. 장재경 캐릭터와 연대해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하는 선역들과, 이들이 파헤치는 악의 '커넥션'을 지탱하는 다양한 악역들의 연기 앙상블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는 다소 부족하지만 '어디서 저런 배우를 데려왔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 잘하는 조연들은, 각 캐릭터를 살아 숨쉬게 만들며 '커넥션'을 웰메이드 작품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장르물이 처음이라는 배우 전미도는 안현경제일보 기자 오윤진 역을 맡아 돈만 밝히는 기자에서 정의로운 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착 붙는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권율은 이너서클의 브레인이자 욕망에 눈이 먼 안현지청 검사 박태진 역으로, 치밀한 설계자의 본성을 그린 호연을 펼쳤다. 김경남은 금형그룹 외아들 원종수 역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카리스마와 뒤에 숨겨진 불안감을 동시에 드러내며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또한 장재경, 오윤진의 절친 허주송 역으로 휘몰아치는 긴장감 속 인간적인 매력을 표출한 정순원, 파격적인 불륜 연기로 감정 이입을 이끈 최지연 역 정유민, 오치현 역으로 의리 있는 모습부터 냉철한 면모까지 선보인 차엽, 우정이란 이름으로 예측 불가한 행동을 저지른 정윤호 역 이강욱, 모두를 완벽하게 속인 반전의 핵 닥터 정상의 역의 박근록 등 모든 출연 배우들의 인생 연기가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이현 작가는 "작가가 아무리 인물의 입체성을 설정하고 복잡한 심리를 대본에 옮겨도, 연기자가 그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번 드라마 속 연기자분들의 캐릭터 표현은 정말 압권이었다. 때때로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캐릭터의 또 다른 면모까지 연기하시는 모습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문교 감독 역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 예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행복했고, 그 훌륭함이 행여 저의 실수로 소실될까 불안했다. 대본에 대해, 연기에 대해, 예술에 대해, 나아가 인간에 대해 정말 깊은 이해를 가진 분들의 동료로 일할 수 있었단 점이 큰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추리력 자극하는 수사물의 재미, 그 끝에 새겨진 '우정'의 가치

'커넥션'은 장르물로서의 매력이 충만한 드라마다. 친구의 미스터리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동시에, 마약 유통의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과정이 전반에 펼쳐진다. 형사 장재경과 기자 오윤진을 따라가면서,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진범이 누군지,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예기치 못한 인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던져졌던 떡밥이 회수될 때에는 극강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커넥션'의 전개에 푹 빠져들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위로 '진짜 같은' 수사 과정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현실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이현 작가는 현직 마약반 형사의 도움을 받았다.

이현 작가는 "현직 마약반 형사님께 자문을 구했다. 다만 바쁘신 분들의 시간을 너무 뺏을 수 없는 제약이 있어서, 기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역으로 형사님의 자문을 통해 이미 쓴 에피소드가 현실과 괴리가 없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일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전작인 '검사내전'을 통해 이미 검사들의 일상과 업무 프로세스를 공부했던 것도 이번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자양분이 됐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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