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캐리커처 그리듯 인물 묘사… 14개의 ‘성격 변주’[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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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엔 베토벤, 이탈리아엔 로시니, 오스트리아에는 모차르트가 있다면 영국에는 에드워드 엘가(1857∼1934)가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아내 캐럴라인 앨리스 엘가를 묘사한 제1변주곡엔 "C.A.E."라고만 짧게 밝혀 놓았고 제2변주곡에 붙여 놓은 이니셜 "H.D.S.- P."는 친구이자 피아니스트인 휴 데이비드 스튜어트 파웰을 의미하는 그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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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좋아한 선율서 영감
배우·제자 등 주제로 등장해
각 곡마다 사람이름 이니셜
늦깎이 작곡가 세상에 알려
독일엔 베토벤, 이탈리아엔 로시니, 오스트리아에는 모차르트가 있다면 영국에는 에드워드 엘가(1857∼1934)가 있다. ‘사랑의 인사’, ‘위풍당당 행진곡’, ‘첼로 협주곡 E단조’ 등으로 유명한 엘가는 헨리 퍼셀(1659∼1695), 헨델(1685∼1759)과 함께 명실공히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악기점을 운영하며 피아노 조율사로 살아가던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운 엘가는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성인이 되어서는 생계를 위해 피아노 레슨을 하며 그저 그런 오르간 연주자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32살에 9세 연상 운명의 여인 캐럴라인 앨리스 로버츠와 결혼하게 되는데, 엘가의 음악적 재능이 알려지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아내 캐럴라인은 엘가가 본격적으로 작곡하도록 적극 권유했고 아내의 격려에 엘가는 전업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다. 독학으로만 공부해 그것도 32살 늦깎이의 나이에 데뷔한 엘가를 마침내 세상에 알리게 한 작품이 있으니 바로 ‘수수께끼 변주곡’이다.
결혼한 지 10년 뒤인 1899년의 어느 날, 42살의 엘가는 여느 때처럼 피아노 앞에 앉아 이런저런 악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멜로디를 즉흥적으로 연주하게 되는데 이를 듣고 있던 아내 캐럴라인은 엘가에게 다시 한 번 연주해줄 것을 부탁할 만큼 이 선율을 마음에 들어 했다. 이에 영감을 얻은 엘가는 이 선율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엘가는 우선 아내가 좋아했던 멜로디를 바탕으로 작품의 중심이 될 주제를 만들었고 그 주제를 바탕으로 자신과 아내가 함께 아는 사람들의 특징을 담아 변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엘가는 마치 캐리커처를 그려나가듯 인물들을 음악으로 묘사했고 또 그 인물이 음악가인 경우에는 그의 음악적 스타일이나 특징들을 음악에 담아냈다. 그렇게 아내가 사랑했던 주제 멜로디와 주제에 전혀 다른 성격을 부여하면서도 주제와의 연관성을 잃지 않는 14개의 성격 변주를 더해 마침내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곤 ‘창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고 제목을 지은 뒤 ‘수수께끼’라는 부제를 덧붙여 달았다.
엘가가 수수께끼 변주곡이라고 이름을 붙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각각의 변주곡에 이니셜을 붙여 놓음으로써 어떤 인물을 묘사한 것인지를 추측게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아내 캐럴라인 앨리스 엘가를 묘사한 제1변주곡엔 “C.A.E.”라고만 짧게 밝혀 놓았고 제2변주곡에 붙여 놓은 이니셜 “H.D.S.- P.”는 친구이자 피아니스트인 휴 데이비드 스튜어트 파웰을 의미하는 그런 식이었다.
이 밖에도 엘가의 지인들인 아마추어 음악가와 배우, 시골의 지주, 비올라를 배우던 제자 등등이 작품의 주제로 등장한다. 두 번째 수수께끼는 전체 곡 안에 숨겨진 선율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엘가는 “작품 안에는 더 큰 수수께끼가 존재하지만 그것은 연주되지도 않으며 또 밝혀지길 원치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며 서로 수수께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수수께끼를 풀어나감으로써
이 작품을 이해할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1899년 6월 19일 ‘수수께끼 변주곡’은 영국 런던 성 제임스 홀에서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초연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개정작업을 거쳐 자신의 지휘 아래 개정판을 초연하였고 1901년 2월에 율리우스 부츠의 지휘로 뒤셀도르프에서 1910년에는 미국으로까지 뻗어 나가 구스타프 말러의 지휘 아래 뉴욕필하모닉에 의해 연주되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엘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이자 그를 대표하는 대편성의 관현악 작품으로 1898년 작곡하기 시작해 1899년 완성되었다. 작품은 단일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변주는 그의 가까운 지인들을 묘사하고 있다. 연주의 전체 길이는 35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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