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식 ‘거미줄’ 러닝화, 파리올림픽에서 일낼까
스프레이로 뿌리는 머리카락, 스프레이로 뿌리는 드레스에 이어 이제 마라톤 우승을 위한 스프레이로 뿌리는 신발까지 나왔다. 파리올림픽에서 이 거미줄 신발을 신은 선수가 금메달을 딸지 주목된다.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On)’은 이번 달 올림픽에서 중장거리 러닝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신발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LS(Cloudboom Strike LS)’를 선보인다고 CNN이 18일 전했다.
온은 ‘스프레이 온’ 소재를 채택해 로봇으로 신발을 만들었다.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LS는 끈이 없으며 최신 아이폰보다 가볍다. 일반적인 러닝화보다 적응력이 뛰어나고 역동성과 지지력이 높다고 CNN은 설명했다. 가격은 330달러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실내, 실외, 크로스컨트리 세계 타이틀을 모두 획득한 케냐 중장거리 스타 헬렌 오비리는 올해 보스턴 마라톤에서 이 신발을 신고 우승했다. 오비리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이 신발을 신는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온(On)은 “신발의 성공은 생체 역학, 생리학 및 극한의 가벼움을 결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용 US 사이즈 8.5(265㎜)는 켤레당 170g으로 동일한 사이즈의 인기 러닝화보다 100g 이상 가볍다. 온에서 혁신 디렉터로 일하는 일마린 하이츠는 “무엇보다도, 우리는 운동선수들이 이기기를 원한다”며 “그것이 우리의 성공 척도”라고 말했다.
힐캡과 끈이 없어 반투명한 양말을 닮은 이 신발은 껍질을 벗긴 러닝화처럼 보인다. 발명가 요하네스 볼처트는 할로윈 축제에서 글루 건으로 장식용 거미줄을 만드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볼처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밀라노 디자인 박람회에 가져갔고, 그곳에서 온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온에 따르면, 신발의 상부(솔 위의 소재)는 일종의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로봇 팔을 사용해 3분 만에 색상과 브랜드가 표시된다. 상부는 한 번에 스프레이로 뿌려지며 열을 사용해 제작된다. 이 기술은 다른 스니커 모델에 비해 신발 상부를 생산하는 데 있어 탄소 배출량을 75% 줄인다고 온은 주장하고 있다. 공동 CEO인 마크 마우러는 “이 소재가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순환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스프레이 온 신발의 맞춤 제작 기술은 이번 달 말 파리에서 열리는 팝업 행사에서 공개된다. 오비리 외에도 어떤 운동선수들이 이 신발을 신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LS를 신고 경기를 치른 여러 올림픽 선수들이 있다.
온은 스프레이 온 섬유를 실험한 첫 번째 회사는 아니다. 2022년 10월 프랑스 럭셔리 패션 하우스인 코페르니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모델 벨라 하디드에게 맞춤형 드레스를 스프레이로 뿌려 만들었다. 스프레이 온 섬유는 탈모와 얇아진 머리카락을 감추기 위해 뷰티 산업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LS는 지난 4월에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고 올해 말 소비자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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