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식사 결제 정보까지 노출...국정원 미국서 ‘첩보 참사’

윤인하 기자(ihyoon24@mk.co.kr) 2024. 7. 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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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찰이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의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하고 16일(현지시간) 공소장을 공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미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CIA에서 퇴직하고 5년이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외교관 신분의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과 접촉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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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수미 테리와 국정원 간부 저녁식사 장면. 2020년 8월 12일 수미테리(왼쪽)가 국정원 관계자들과 뉴욕 맨해튼의 고급 그리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있다.[ 미국 검찰 공소장 캡처]
미국 검찰이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의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하고 16일(현지시간) 공소장을 공개했다.

공소장에는 테리 연구원이 10여년에 걸쳐 한국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고급 식사와 고가의 의류, 핸드백, 고액의 연구비 등을 받았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정원이 동맹국인 미국에서 벌여온 해외 첩보 수집 활동의 구체적 내용과 부적절한 관행이 공개되면서 외교적으로도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금품으로 손쉽게 정보원을 포섭하고 당장 급한 정보를 끌어 모으거나 단편적으로 활용하는 데 급급할 뿐 주재국 상황 등을 고려해 정교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국정원의 구태의연한 아마추어적 첩보 활동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 검찰이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다.

고가의 금품과 접대를 받고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했으며,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미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FARA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정원 간부의 요청으로 전·현직 미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매체에 기고했다고 미 검찰은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미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CIA에서 퇴직하고 5년이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외교관 신분의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과 접촉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공소장엔 이와 관련한 5장의 사진까지 담겨있다.

국정원 요원과 테리 연구원(왼쪽)이 명품 매장을 떠나는 모습.[미검찰 공소장 캡처]
테리 연구원은 2019년 11월 국정원에서 파견된 워싱턴DC 한국대사관의 공사참사관으로부터 2천845달러(약 392만원) 상당의 돌체앤가바나 명품 코트와 2천950달러(약 407만원) 상당의 보테가 베네타 명품 핸드백 선물을 받았다. 며칠 뒤엔 매장에서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4천100달러(약 566만원) 상당의 크리스챤 디올 코트로 바꿔 갔다고 한다.

공소장엔 국정원 간부가 매장에서 가방을 결제하는 모습, 핸드백 구입 후 국정원 간부가 테리 연구원과 함께 매장을 떠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담겨있다.

미 검찰은 해당 국정원 간부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매장 CCTV 화면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추후 테리 연구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문제의 코트와 명품백도 증거로 확보했다.

미 검찰은 또 테리 연구원이 국정원 간부들과 뉴욕 맨해튼의 한 그리스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사진도 증거 사진으로 첨부했다.

한편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를 한국 정부를 위해 불법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 정책과 의회 입법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과정에 미국 싱크탱크(정책연구소)에 소속된 전문가들과 관계 유지가 중요한데 이번 사건 때문에 관계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 측 소식통은 “큰 문제는 없겠지만 싱크탱크 사람들이 앞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을 대할 때 더 조심스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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