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충남대의 한밭대와의 통합 찬반 논쟁
충남대는 2022년 초 전임 총장이 한밭대와의 통합 추진을 선언한 이후 통합문제는 학교의 중대 현안이 됐고, 한밭대와의 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대학 30 사업(글로컬사업) 본지정(최종 선정) 신청을 앞둔 현재까지도 치열한 논쟁 중이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통합해서 학교가 커지면 생존에 유리하다 또는 양교의 역사와 수준 차를 고려할 때 충남대가 크게 손해를 본다는 상반된 외부의 반응이 있다.
학내 사정은 어떠한가. 글로컬사업에 어떻게든 선정되는 게 중요하다며 한밭대와의 통합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입장이 우세하다. 반면 입시성적의 차이와 브랜드가치 하락을 이유로 통합을 불공정하다고 보는 학생들과, 한밭대와 전공 분야가 겹치는 유사·중복학과 교수 중심으로 무시할 수 없는 반대 전선이 형성됐다. 유사·중복학과 교수들은 학과 통폐합과 캠퍼스별 특성화에 따른 시설·공간의 이전 가능성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학과 통·폐합은 찬성하지만, 한밭대 캠퍼스로의 이전은 반대하는 역설이 존재하기도 한다.
찬성론이 우위인 것은 총장이 통합의 강력한 옹호자이며 반대 진영이 약자이거나 소수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는 많지만, 발언권이 약하고, 유사·중복학과 교수들은 전체 교수진의 30% 미만이다. 교수사회가 파편화된 현실에서 조직과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총장의 힘이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더구나 총장은 전체 교수진의 30%를 차지하는 모교 출신이다. 비유사·중복학과 교수들과 직원·조교들은 사업비를 따오면 자신들에게 무조건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찬성과 숙원사항 해결을 대학본부와 맞교환하려는 기관·단체까지 있다.
이처럼 통합의 찬반 논쟁에는 이성적 논의를 압도하는 교수·직원·조교 다수의 욕망이 강하게 투영돼 있다. 균형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논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든 필자는 '숙의과정'을 거쳐 통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공론화를 위해 노력했다. 한밭대와 통합을 하려는 근본적 이유는 단기성의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닌, 학교의 경쟁력을 향상해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한밭대와 통합하면 적어도 경북대, 부산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교로 발전할 수 있는지 냉철한 분석과 검토가 선행됐어야 한다. 규모가 크다고 좋은 대학이 아니다. 규모만 커지면 위기에 훨씬 취약하다.
하지만 통합에 올인한 대학본부는 숙의과정을 원치 않았다. 통합의 혜택은 한껏 부풀리고 그 비용은 은폐했다. 통합이 안 되면 재정난으로 인해 급여·복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마케팅을 병행했다. 의견수렴절차를 졸속으로 진행한 결과 구성원 다수는 통합의 정확한 실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 공론화는 끝내 실패한 것이다.
작년 한밭대와의 이해충돌로 글로컬사업 예비 지정 탈락을 경험했던 전임 총장과 대학본부는 퇴임 직전 일방적으로 통합을 재추진하면서 학내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예비 지정 신청서의 중요사항을 변경해 제출했다. 직후 취임한 현 총장 또한 '졸속한 통합 반대' 입장에 힘입어 당선됐지만, 예비 지정됐다는 이유로 진심 어린 사과와 특별한 설명 없이 통합 추진을 지속해 왔다.
최근 글로컬사업 본지정 신청을 위한 구성원 찬반투표를 각각 진행한 충남대와 한밭대는 커다란 견해차로 통합원칙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설문과 상호 모순·배치되는 통합원칙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안건이 서로 다른 투표를 했다. 가결 기준마저 전혀 달랐다.
양교는 찬반투표가 가결됐다고 지역 언론을 통해 홍보하고 있지만, 진실은 숨기고 있다. 결과는 과정의 산물인 만큼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과연 충남대의 교수·직원·조교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책임 있는 리더십의 빈자리가 아쉽다. 필자가 모교인 충남대의 운명을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예측이 틀리길 바랄 뿐이다. 최인호 충남대 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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