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법기관 지방 이전, 설득력 먼저 얻어야

조은솔 기자 2024. 7.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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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기관의 세종 이전이 논의된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6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충청권에 건설될 행정수도로 옮길 85개 기관에 헌법기관 11곳을 포함해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계획 자체가 틀어졌지만, 정치권에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필두로 사법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려는 의제를 끊임없이 띄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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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솔 서울취재본부 기자

사법기관의 세종 이전이 논의된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6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충청권에 건설될 행정수도로 옮길 85개 기관에 헌법기관 11곳을 포함해 발표했다. 국회와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법원공무원교육원, 법원도서관,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그 대상이었다. 행정부에 속하는 대검찰청과 경찰청, 국세청도 이전 대상으로 분류됐다. 행정부와의 견제·균형, 행정수도의 상징적 완결성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같은 해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계획 자체가 틀어졌지만, 정치권에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필두로 사법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려는 의제를 끊임없이 띄우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법기관 이전의 판이 급변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장파 모임인 '처럼회'가 대법원을 대구로, 헌법재판소는 광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및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충청권은 주요 사법기관 중 대검찰청만이라도 사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영호남에선 정치적 중립을 위한 행정·정치 권력과의 거리감, 그리고 각 지역의 상징성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이전의 근거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의 모델인 미국 워싱턴D.C는 물론, 영국, 프랑스, 일본도 대법원을 행정부와 가까운 거리에 두고 있다. 이들 법안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면에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도도 깔려 있는 탓에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개헌 정국도 고려해야 한다. 여야 모두 '세종시=행정수도' 명문화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에서 개헌이 현실화할 경우 대통령령에서 위치를 수도로 규정하고 있는 대검찰청과 함께 대법원, 헌법재판소까지 이전할 명분이 충분해진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지 20년이 흘렀다. 당시 행정수도에 명운을 건 정치권은 물론 지자체, 지방의회, 경제계, 대학, 언론, 문화예술, 의료, 교육, 시민단체들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헌법기관 등 주요 기관의 이전을 얄팍한 논리로 다뤄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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