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희망 가졌다"…'42년 역사 3번째' 베네수엘라산 골리앗의 끝내기 만루포, PS 포기 하지 않았다 [MD울산]

울산 = 박승환 기자 2024. 7. 18. 06: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O리그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한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울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울산 박승환 기자] "가을 야구에 한 발자국 희망을 갖게 된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는 1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우익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활약, 팀의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전날(16일) 비로 인해 약 1시간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두산의 바뀐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렸던 레이예스는 이날 두 번째 타석까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1회 1사 1, 3루의 찬스에서는 두산 선발 최준호를 상대로 1루수 땅볼에 머물렀고, 4회말 1사 주자 없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중견수 뜬공으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중반부터 레이예스의 방망이가 힘을 쓰기 시작했다.

레이예스는 0-2로 뒤진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세 번째 타석에서 두산의 바뀐 투수 이병헌을 상대로 1B-1S에서 3구째 136km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폭발시켰다. 이후 전준우의 진루타로 3루 베이스에 안착한 레이예스는 이어나온 정훈의 2루수 땅볼에 홈을 파고들면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레이예스가 쏘아 올린 공을 바탕으로 롯데는 8회말 공격에서 2-2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사실 일찍부터 경기를 끝낼 찬스가 있었다. 레이예스 앞에 2사 1, 3루의 기회가 마련됐던 것. 하지만 두산 마무리 김택연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레이예스는 연장 10회말 박승욱와 이호준, 고승민의 볼넷으로 마련된 2사 만루에서 두산 김명신과 격돌했고, 초구를 지켜본 뒤 2구째 128km 몸쪽 낮은 코스의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 결과 레이예스가 힘껏 잡아당긴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고, KBO리그 역대 24번째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빅터 레이예스에게 물을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울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빅터 레이예스에게 물을 뿌리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울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작년 롯데는 울산에서 두산에게 루징시리즈를 당하면서 포스트시즌 희망이 본격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달랐다. 레이예스의 롯데 구단 역대 세 번째 끝내기 그랜드슬램 덕분에 위닝시리즈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롯데 선수들은 레이예스가 중계 방송사, 수훈 선수 인터뷰를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렸고, 인터뷰가 끝남과 동시에 준비했던 물을 뿌리며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물에 흠뻑 젖은 채로 취재진과 만난 레이예스는 "오늘 굉장히 힘든 경기였는데 이길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오늘 우리가 승리하면서 가을 야구에 한 발자국 희망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미국에 있을 때 끝내기 경험이 있다. 오늘 동생들이 앞에서 굉장히 잘해줬기 때문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슬라이더로 승부를 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고. 그는 "타석에 들어서서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슬라이더를 던져서 기분 좋게 칠 수 있었다. 오늘 경기 내내 두산 투수들이 내게 비슷한 패턴으로 승부를 하더라. 그래서 애초에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이예스는 17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87경기에 출전해 122안타 9홈런 75타점 50득점 타율 0.355 OPS 0.909를 기록 중이다. 홈런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필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 레이예스는 "원래 나는 컨택 위주의 타자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공만 잘 치면 홈런이 나온다'는 말을 한다. 매 타석 '잘 맞추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며 "오늘도 사실 홈런을 칠 생각은 없었고, '제대로 맞추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내가 살아나가면 어쨌든 1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집중을 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빅터 레이예스의 끝내기 홈런에 기뻐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롯데 자이언츠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물 폭탄 세례를 맞았지만, 레이예스는 활짝 웃었다. 그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동료들이 물을 뿌려주니 나도 한 팀이 일원이 된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는 집중력이 높아진다. 내가 칠 수 있다면 1점이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득점권에서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 나 혼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길 수 있었다. 타자뿐만 아니라 투수들도 굉장히 잘 던져줬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승리의 공을 롯데 선수단과 함께 나눴다.

딕슨 마차도가 팀을 떠난 뒤 DJ 피터스, 니코 구드럼 등 외인 타자들의 아쉬움을 크게 느꼈던 롯데.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복덩이' 레이예스가 있을 때 롯데가 가을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