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들은요?' 클린스만의 선택적 공감..."잉글랜드 팬들 불쌍해→준우승은 틀린 사고방식 때문"
[OSEN=고성환 기자] 한국 팬들의 아픔에는 왜 공감하지 못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준우승에 좌절한 잉글랜드 팬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영국 '더 선'은 16일(이하 한국시간) "클린스만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결승전 패배 후 잉글랜드 스타들을 최고로 끌어내기 위해 주요 규칙 변경을 요구했다. 그는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애칭)'이 어디서 잘못됐는지 밝혔다"라며 '칼럼니스트' 클린스만의 칼럼을 전했다.
잉글랜드는 15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로써는 잉글랜드는 지난 유로 2020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며 고개를 떨궜다. 역사상 첫 유로 제패의 꿈은 또 다음으로 미뤘고, 지난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 무관 기록도 깨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해리 케인을 필두로 주드 벨링엄, 필 포든, 데클란 라이스, 부카요 사카 등 최정예 멤버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하지만 경기력은 대회 내내 그랬듯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어찌저찌 버티던 잉글랜드는 후반 2분 니코 윌리암스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급격히 흔들렸다.
환호의 순간도 있었다. 잉글랜드는 후반 27분 교체 투입한 콜 파머의 한 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뒤집진 못했고, 후반 41분 미켈 오야르사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축구'는 이번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경기를 본 클린스만은 "평생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를 잡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메이저 대회 결승전은 그런 순간들 중 하나다. 잉글랜드에게 이번 유로 결승은 기회를 놓친 또 다른 무대였다"라며 당연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비판도 이어갔다. 클린스만은 "잉글랜드가 처음부터 강한 압박과 공격성, 예의를 차리지 않는 플레이로 스페인을 놀라게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스페인이 좋은 팀이긴 하지만, 압박할 수 없고 밸런스를 망가뜨릴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팀은 아니었다. 잉글랜드는 선제골을 넣으려는 대신 실용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그들은 높은 템포의 패스 게임을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멘탈리티에 대해서도 훈수했다. 클린스만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템포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최고의 선수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벨링엄과 케인이 있다. 잉글랜드는 공격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했지만,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마음가짐이 안 된다면 절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사고방식이 틀렸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멘탈리티가 문제였다는 건지 포메이션이 문제였다는 건지 헷갈리는 이야기도 늘어놨다. 클린스만은 "포메이션이 문제가 아니었다. 잉글랜드가 스리백으로 뛰든 포백으로 뛰든 간에 마음가짐이 잘못됐다는 점이 중요했다"라더니 "케인이 올리 왓킨스나 이반 토니와 투톱을 이루는 걸 보고 싶었다.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주위에 수비가 3명이나 있었지만, 투톱이었다면 완전히 달랐을 것"라며 또 다른 말을 내놨다.
클린스만은 잉글랜드 팬들을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잉글랜드는 세계 최강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번에 또 다른 기회를 놓쳤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팀은 후회할 것이다. 경기장을 걸어나오면서 영국 팬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클린스만은 "그들은 경기장 전체를 장악했고, 말 그대로 베를린을 뒤흔들었다. 동점골 후 모두가 '이거다, 축구가 집에 온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너지는 다시 떨어졌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 팬들에게도 같은 공감 능력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은 정작 자신이 감독을 맡아 망쳤던 한국에서는 팬들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아시안컵 4강이면 뛰어난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심지어 외국 언론과 인터뷰에선 선수들 때문에 우승하지 못했다며 자기 탓은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클린스만의 온갖 훈수가 어이없게 들리는 이유다.
한편 클린스만은 현대 축구의 규칙이 잘못됐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 감독들의 문제는 5명 교체가 허용되면서 언제나 활기찬 선수들을 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코로나 시절 규칙이고, 코로나는 끝났다. 나라면 대회에서 3명의 교체 선수과 23인 선수단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도 '옛날'을 못 잊은 듯한 클린스만이다. 그는 이전에도 잉글랜드에 이전에도 자기 현역 시절 유행했고, 한국 대표팀에서 즐겨 쓰던 4-4-2 포메이션을 추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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