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품처럼 편안한 '진관사'…고려~독립운동 역사도 담겨[서울곳곳]
함지현 2024. 7. 18. 06:04
서울 은평구 위치…고려 현종, 진관스님 은혜 보답 위해 지어
전통 이어가는 산사음식 유명…항일정신 담긴 태극기도 발견
한옥마을·계곡 담은 북한산 둘레길 이어지는 풍경도 수려
전통 이어가는 산사음식 유명…항일정신 담긴 태극기도 발견
한옥마을·계곡 담은 북한산 둘레길 이어지는 풍경도 수려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대웅전 뒤에 우뚝 솟은 봉우리는 ‘응봉’인데 진관사에서는 어머니의 가슴 모양이라는 뜻의 ‘유봉’으로도 부른다. 진관사는 그 아래 어머니의 자궁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때문에 누구나 이곳을 찾으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진관사. 과거 신혈사로 불리는 작은 절이었지만 고려 8대 왕 현종이 자신을 구해준 진관대사를 위해 1011년에 새로 지은 사찰로 1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다. 올초 종영한 KBS 인기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초반 현종(김동준 분)이 즉위 전 천추태후의 견제로 위태로움을 겪으면서 몸을 숨겼던 사찰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진관사다. 현재는 10여명의 비구니(불교의 여성 수도자)들이 꾸려가고 있다.
◇“종교 넘어 모든 사람 치유와 평온 가득하길”
지난 16일 진관사를 직접 방문했다. 은평한옥마을이 꾸려진 초입을 지나 북한산 둘레길과 연결될 길을 조금 오르니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에 이런 데가 있네”라는 주변의 감탄도 귓등을 스쳤다.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극락교를 건너 해탈문을 지나면 오르막길 양옆에 큰 소나무들이 심어진 마음의 정원이 이어진다. “천년의 향기가 가득한 진관사 극락교를 지나 해탈문에 이르면 아미타부처님이 나를 반겨준다. 종교와 믿음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이들이 마음의 정원 진관사를 거닐며 치유와 평온이 가득하길 빈다”는 팻말은 이곳이 마음이 쉬어가길 바라는 공간임을 알렸다.
다리 건너 진관사 오층탑이 놓인 솔밭을 바라보며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연지원을 지나면 기둥이 건물을 받치는 홍제루에 이른다. 형형색색의 소원들이 머리맡에서 펄럭인다. 기둥 옆 놓인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진관사의 앞마당이 펼쳐진다.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아늑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곳이다. 현재 공사 중인 나가원을 비롯해 명부전, 독성전, 칠성각, 나한전, 적묵당, 교육원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으며, 높은 소나무와 초록의 산세가 감싸고 있는 형태다.
지난해 8000명, 올해는 이미 6000명이 넘게 진관사를 찾았다. 이 날도 평일 낮임에도 사찰을 찾은 사람은 얼추 수십 명 이상 스쳐 갔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단체로 찾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찰 주변으로는 북한산 둘레길과 계곡도 이어져 종교와 무관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어 평소에도 많은 등산객들이 오간다고 한다.
지난 16일 진관사를 직접 방문했다. 은평한옥마을이 꾸려진 초입을 지나 북한산 둘레길과 연결될 길을 조금 오르니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에 이런 데가 있네”라는 주변의 감탄도 귓등을 스쳤다.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극락교를 건너 해탈문을 지나면 오르막길 양옆에 큰 소나무들이 심어진 마음의 정원이 이어진다. “천년의 향기가 가득한 진관사 극락교를 지나 해탈문에 이르면 아미타부처님이 나를 반겨준다. 종교와 믿음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이들이 마음의 정원 진관사를 거닐며 치유와 평온이 가득하길 빈다”는 팻말은 이곳이 마음이 쉬어가길 바라는 공간임을 알렸다.
다리 건너 진관사 오층탑이 놓인 솔밭을 바라보며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연지원을 지나면 기둥이 건물을 받치는 홍제루에 이른다. 형형색색의 소원들이 머리맡에서 펄럭인다. 기둥 옆 놓인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진관사의 앞마당이 펼쳐진다.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아늑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곳이다. 현재 공사 중인 나가원을 비롯해 명부전, 독성전, 칠성각, 나한전, 적묵당, 교육원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으며, 높은 소나무와 초록의 산세가 감싸고 있는 형태다.
지난해 8000명, 올해는 이미 6000명이 넘게 진관사를 찾았다. 이 날도 평일 낮임에도 사찰을 찾은 사람은 얼추 수십 명 이상 스쳐 갔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단체로 찾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찰 주변으로는 북한산 둘레길과 계곡도 이어져 종교와 무관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어 평소에도 많은 등산객들이 오간다고 한다.
◇산사음식·진관사 태극기 ‘백미’…템플스테이로 체험 가능
진관사와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할 수 있지만 백미는 ‘산사음식’이다. 진관사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국가적으로 설행하던 재(齋, 승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공양을 올리면서 행하던 불교 의식)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산사음식이 발달했다. 조선시대 가장 큰 불교행사이면서 국가무형문화재 126호로 지정된 ‘진관사 국행수륙재’가 대표적인 재다. 큰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던 가풍도 전통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2호인 계호스님은 2009년 진관사 산사음식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사찰음식을 알리는 데 공헌하고 있다.
진관사의 산사음식은 육류, 생선,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양파)를 쓰지 않고 된장, 고추장, 간장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저장한다. 제철나물과 채소를 활용해 효소, 부각, 장아찌류, 말린 나물류 등의 저장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진관사와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할 수 있지만 백미는 ‘산사음식’이다. 진관사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국가적으로 설행하던 재(齋, 승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공양을 올리면서 행하던 불교 의식)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산사음식이 발달했다. 조선시대 가장 큰 불교행사이면서 국가무형문화재 126호로 지정된 ‘진관사 국행수륙재’가 대표적인 재다. 큰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던 가풍도 전통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2호인 계호스님은 2009년 진관사 산사음식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사찰음식을 알리는 데 공헌하고 있다.
진관사의 산사음식은 육류, 생선,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양파)를 쓰지 않고 된장, 고추장, 간장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저장한다. 제철나물과 채소를 활용해 효소, 부각, 장아찌류, 말린 나물류 등의 저장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진관사에는 또 다른 역사의 흔적도 숨어 있다. 바로 항일정신이 담긴 진관사 태극기다.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칠성각을 해체하고 보수하는 과정에서 독립신문류 19점을 보자기처럼 싼 모습으로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신문류 발행일로 미뤄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즈음에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가로 89㎝, 세로 70㎝의 일장기 위에 4괘와 태극을 먹으로 덧칠해 독립의 의지를 드러냈다.
진관사 태극기는 당시 진관사가 독립운동의 배후나 거점이었음을 입증해 주는 귀중한 자료다.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최초 발견된 일제강점기 시기의 태극기라는 점, 일장기 위에 그린 유일한 태극기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원본은 따로 보관 중이고 원본을 촬영해 과학적 방법으로 복제한 영인본은 진관사 입구쪽 체험관에 걸려있다.
다만 산사음식을 경험하고 진관사 태극기를 직접 위해서는 템플스테이가 현재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단체 위주로 운영하는데 이미 8~9월 치 예약도 끝났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진관사 관계자는 “진관사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항상 큰 역할을 해 왔고 왕실 보호와 민족 화합을 앞장서 왔다. 이제는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등을 통해 이런 정신을 세상과 나누고 있다”며 “한 번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분들은 특유의 편안함과 사찰음식의 정갈함을 다시 찾는다. 풍경도 수려해 종교를 떠나 주변 등산로를 통해 오가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진관사 태극기는 당시 진관사가 독립운동의 배후나 거점이었음을 입증해 주는 귀중한 자료다.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최초 발견된 일제강점기 시기의 태극기라는 점, 일장기 위에 그린 유일한 태극기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원본은 따로 보관 중이고 원본을 촬영해 과학적 방법으로 복제한 영인본은 진관사 입구쪽 체험관에 걸려있다.
다만 산사음식을 경험하고 진관사 태극기를 직접 위해서는 템플스테이가 현재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단체 위주로 운영하는데 이미 8~9월 치 예약도 끝났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진관사 관계자는 “진관사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항상 큰 역할을 해 왔고 왕실 보호와 민족 화합을 앞장서 왔다. 이제는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등을 통해 이런 정신을 세상과 나누고 있다”며 “한 번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분들은 특유의 편안함과 사찰음식의 정갈함을 다시 찾는다. 풍경도 수려해 종교를 떠나 주변 등산로를 통해 오가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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