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식상함은 제 숙제"…권율, N번째 빌런의 각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24. 7.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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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 빌런 검사 박태진 역
배우 권율.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의 스릴러 중심에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발한 존재가 있다. 비열한 빌런 검사 박태진, 그 자체였던 배우 권율의 이야기다. 권율의 악역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동안 해왔던 악역 노하우가 합쳐지면서 뻔하지 않은 악역이 탄생했다.

"다각도로 마약이나 살인 계획, 살인 교사도 있었기 때문에 더 입체적인 악역처럼 느껴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몇 번의 악역 캐릭터를 하면서 사실은 감정이나 이미지 소모도 있었을 것이라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우려를 과감하게 날리고 도전할 만큼의 캐릭터로 다가왔어요. 그런 지점들을 조금이나마 보여준 것 같아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초반부터 시청률과 화제성이 뜨거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커넥션'은 차곡차곡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결국 14%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했다. 대본을 본 권율은 처음부터 자신감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그다지 초반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대본을 한 번 읽고, 또 한 번 읽었어요.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 정도로 대부분이 엄청 재밌었거든요. 확실히 초반에 시청률이 어떻든 가면 갈수록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다들 똑같은 마음이었죠. (나중에 그렇게 오른 건)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죠. 다만 배우들이 여기에 너무 신경을 쓰는 건 경계해야 된단 생각이에요. 안 좋게 나오더라도, 우리 의지로 바뀔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니까 너무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않아요."

배우 권율.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권율에 따르면 박태진은 그야말로 '회색지대'에 속한 인물이다. 순간의 진심은 있을지언정, 확실하게 이득이 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단순한 악의가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를 자기 이해관계대로 장기말처럼 움직이는 특유의 빌런 캐릭터가 완성됐다.

"불륜도, 우정도 박태진에게는 회색지대에 있는 관계거든요. 물론 순간의 진심은 있겠지만 '회색지대'라는 것 자체가 내가 필요한 순간 이득으로 작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계급을 정확히 나눠서 자기 입맛대로, 이해관계대로 사용할 수 있는 우정의 개념이었던 거 같아요. 다만 이 작품은 그런 반대편에 정말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게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죠."

검사 등 엘리트 직업군 역할을 자주 맡아오기도 했다. '커넥션'과 함께 방송이 겹쳤던 '놀아주는 여자'에서는 다정하고 정의로운 검사 장현우 역을 맡아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다만 권율 스스로는 법조계 캐릭터를 굳이 피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 외적인 부분이라 사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제 연기가 똑같고, 똑같은 느낌만 한다, 그런 평가가 사실은 더 경계 되고 두려워요. 그런 걸 잘 생각해가야 하는 건 제 숙제일 것 같아요. 또 검사나 변호사 역할이 올 수도 있지만 캐릭터 성질과 성향이 다르면 크게 거부감은 없을 거예요. 그냥 직업군일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 권율.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감정 소모가 큰 캐릭터였지만 장재경 역 지성의 리더십 아래 권율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현장에서 동료들과 무거운 짐을 나눌 수 있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지 몸소 겪은 것. '커넥션'의 현장은 말 그대로 '원팀'이었다.

"제 무거운 감정과 짐을 어떻게 혼자서 끌고 갈까 생각만 해왔다면 이번에는 이걸 나누면서 '우리가 이만큼 무게를 들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 소모가 다른 때보다 덜했어요.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고, 정말 큰 결과를 현장에서 봤어요. 지성 선배님이 스스로 솔선수범하시면서 현장을 '원팀'으로 만드셨거든요. 제 배우 인생에 가장 감명 깊은 작품이었어요."

권율이 바라본 지성은 '틀을 깨고자 하는 열망'이 여전한 배우다. 자칫하면 고정관념에 갇힐 수 있는 연기 패턴을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갔다. 이를 통해 권율은 연기에 정답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현실에서 연기의 프레임을 깨려는 형님의 그 열망이 너무 대단했어요. 우리가 너무 쉽게 접근하는 건 아닐까, 늘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연기엔 정답이 없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냥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 조건만으로도 고정관념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인생이 마라톤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여기서 어떻게 내가 내 호흡으로 뛰어갈 지 생각했던 거 같은데 지성이 형은 계속 그런 게 아니라는 고정관념을 깨주신 충격적인 배우였던 거 같아요."

배우 권율.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그렇다면 권율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중간 허리 역할을 하면서 배우들 간 원활한 소통을 담당했다고. 그 과정에서 특유의 개그감이 많은 도움이 됐다.

"지성 형님이 주장처럼 리드를 하면 저는 중간 단계에서 후배와 선배들 사이 잘 소통하도록, 잘 운행될 수 있게 기름칠하는 역할이었던 거 같아요. 개그가 장점이 될 때도 있죠. 긴장되고 얼어붙을 수 있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저도 단역부터 조연, 주연도 해봤기 때문에 여러 포지션에 있는 친구들과 소통도 많이 하고, 무조건 같이 밥을 먹고 술도 한 잔 하면서 다른 작품 때보다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권율에게 가장 중요한 연기의 핵심은 '보편 타당한' 공감대다. 그는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감정에 다가가고자 일상과 평범함을 소중히 여긴다.

"보편 타당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럼에도 연기는 유니크해야 하지만요. 캐릭터 보편성의 기준을 잡는 게 굉장히 어렵단 생각도 해요. 예를 들어 저는 버스지 2천원이 타당해도 대다수는 비싸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기준값이 감정일 때는 제 접근법의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내가 느끼는 게 과연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인지 늘 체크를 해야 하거든요. 그렇다면 제 삶은 바닥에 붙어 있어야 하는, 제 본질에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성이 삶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친구들이나, 가족처럼요. 보편의 정서를 찾는 게 배우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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