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표 밸류업을 기대하는 증권가... 개미 골탕먹이는 행위 막을까

문수빈 기자 2024. 7.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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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 공매도 재개도 큰 과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7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스1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변이 없는 한 22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제10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문회 자료 제출을 두고 파열음이 있긴 했지만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금융위원회 수장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에서 금융위원장으로 소속을 옮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착,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 공매도 재개 등 다양한 자본시장 현안을 다뤄야 한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후보자 측은 국회가 요구한 인사청문회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막바지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금융위 직원으로 구성된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 의무 이행, 납세 등 고위공직자 자격을 검증하기 위한 자료들이 대다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요청 자료가 300건에 달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김 후보자 측 입장이다.

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해 취임했다. 김주현 위원장의 전임자인 고승범 전 위원장은 청문회 후 2일(주말 제외) 만에 취임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 후보자 역시 빠르면 다음 주 중으로 금융위원장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뉴스1

김 후보자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계획을 세운 상장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한국 증시만 유독 저평가 받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연초부터 금융위가 드라이브를 건 정책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해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한 곳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581개사 중 4사(키움증권·에프앤가이드·콜마홀딩스·메리츠금융지주)에 불과하다.

관가에선 김 후보자가 현재 밸류업 프로그램에 자신만의 색깔을 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밸류업 성공은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세제 혜택에 달렸다는 평이 많다. 이는 김 후보자가 금융위원장 후보 지명 당시까지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있으면서 한 일이다. 지난달 20일엔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서 당정 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밸류업의 흥행 성공을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달 5일 김 후보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발표한 (법인세 세액 공제, 배당소득세 원천징수세율 인하 등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 만큼 취임 후 세제 혜택과 관련해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될 김 후보자가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두산그룹 기업구조개편과 관련한 개선책을 내놓을지도 시장 관심사다. 두산그룹이 최근 발표한 기업구조개편은 밸류업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11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긴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인적분할,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동원했는데, 일각에선 대주주 혹은 두산로보틱스에만 득이 되는 구조 개편이라고 보고 있다.

불합리하다고 평가받는 합병비율, 물적분할 등은 밸류업의 방해 요인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가 밸류업에 진심이라면,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 외에 채찍도 들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는 2022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쪼개기 상장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제도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당시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들고 별도로 상장시켰다. LG화학은 핵심 사업부를 잃게 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한 달여 만인 그해 3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문제와 관련해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9월에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심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김 후보자가 국회와 논의할 또 다른 세제는 금융투자소득세다. 금투세란 주식과 채권 등으로 얻은 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최고 27.5%의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김 후보자는 증시 활성화를 위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금투세 폐지는 금융위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폐지할 수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21년 4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관련 현장 모의테스트에 참석해 운영상황에 관해 질문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김 후보자에겐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공매도(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는 주가의 거품을 걷어내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주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는 반기지 않는 제도다. 지난해 11월 금융위는 4·10 총선을 약 5개월 앞두고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개인 투자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조치였다. 6개월 뒤 시장 상황을 보고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었고, 정부와 여당은 내년 3월 30일까지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김 후보자가 내년 3월 공매도 재개 여부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재개 발표 후 곤욕을 겪은 바 있다. 금융위는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증시 부양을 위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이후 재개 시점 한 달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은 위원장 해임 촉구 청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소음은 있었지만 당시 공매도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됐다. 현 정부는 불법 공매도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후 공매도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전산시스템이 완성되는 내년 3월엔 공매도가 전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 취임에 따른 금융위 임원 인사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계속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부위원장 자리에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나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이 올라갈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위원장 교체설은 그저 설에 불과하다”며 “과장급 인사는 있을 수 있으나 1급(임원)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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