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응징 ‘키’···한국형 3축체계 핵심 ‘현무미사일’ 시리즈 실체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현무-4’ 지하 관통력 높아 전략무기 분류
괴물 ‘현무-5’ 소형 ‘전술 핵무기급’ 위력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를 뜻한다.
이 가운데 지난 2022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공개된 탄도미사일 ‘현무’는 3축 체계 가운데 대북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탄도미사일 현무시리즈는 ‘현무-1’부터 ‘현무-5’가 개발됐다. ‘무극부대’라고 불리는 육군본부 직할인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Army Strategic Missile Command)가 탄도미사일 현무를 운용한다. 현무미사일의 수량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6년 말 기준으로 1700발 확보한 후 2020년대 중반까지 총 2000발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는 육군 내부적으로 몇 없는 대외비 부대다. 육군 내에서 상당한 전략적 포지션을 갖고 있기에 육군 규정이나 지상군 페스티벌에서 육군의 전 부대가 부대마크와 이름을 사용하지만 이 부대만 유일하게 고유명칭이 아닌 통상명칭 제9715부대라고 쓸 만큼 베일에 가려진 부대다. 현재는 통상명칭도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현무미사일 시리즈의 위력 등 실체는 어떻게 될까. 현무는 예부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북쪽을 지키는 상상 속 ‘영수’(靈獸)로 여겨져 왔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자 개발된 미사일에 북방을 관장하는 현무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지난 2023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거행된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백곰 미사일 ‘NHK-1’은 우리 군의 첫 국산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이다. 지속적인 개발을 거듭해 현재 육군의 주력 탄도미사일 ‘현무’로 이어지며 육군의 대표 무기체계 중 하나로 꼽힌다.
백곰은 미국산 지대공미사일 ‘MIM-14 나이키 허큘리스’를 역설계해 만들어낸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1970년대 초반 미국 측도 모르게 개발을 시작해 1978년 9월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실전배치는 이르지 못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뒤 전두환 정권 출범 후에 백곰 사업은 백지화됐다.
그러다 1983년 10월 북한 공작원 테러가 발생하자 전두환 정권은 다시 국산 미사일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이때 탄생한 것이 현무미사일 시리즈 첫번째 기종인 ‘현무-1’이다. 현무-1은 사거리와 탄두중량이 각각 180㎞, 500㎏에 달한다. 1987년 실전 배치됐다가 후속 기종 ‘현무-2A’를 개발하면서 퇴역했다.
현무-2A는 사거리와 탄두중량이 각각 300㎞, 500㎏에 달한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 중인 전략 탄도미사일 가운데 하나다. 이는 2001년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라 사거리 제한이 완화되면서 성능 개량을 통해 100㎞에서 300㎞로 사거리를 늘려 2008년부터 실전 배치했다.
한발 더 나아가 2009년부터는 현무-2A의 명중률을 높인 ‘현무-2B’가 실전 배치됐다. ‘현무-2’ 시리즈는 현무-2A 사거리 300km, 현무-2B 사거리 500km에 이른다. 현무-1이 트레일러 이동 방식이라면 현무-2는 발사차량에 직접 싣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현무-2의 형상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칸데르는 차량당 2발의 탄을 탑재하지만 현무-2는 차량당 1발이다. 또 현무-2는 이스칸데르와 달리 미사일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미사일 캐니스터 내부에 보관해 운용된다.
우리 군이 실전 배치한 탄도미사일 주력인 ‘현무-3’는 사거리가 1500km로 이 정도 사거리의 순항미사일은 전 세계적으로 보유 국가가 많지 않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이스라엘 외에 한국이 유일하게 보유 중이다.
현무-2가 탄도미사일이면 현무-3는 순항미사일로 분류할 수 있다. 현무-3는 2006년 7월에 사거리 500 km인 지상발사형 순항미사일 현무-3A를 개발 중이라고 국방부가 출입기자들에게 처음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현무-3A는 러시아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성능 개량을 거듭하면서 2010년에 ‘현무-3C’ 개발까지 성공하면서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에 이어 사거리 1500㎞의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4번째 국가가 됐다.
현무-3의 사거리는 각각 현무-3A가 500㎞, ‘현무-3B’는 1000㎞, 현무-3C는 1500㎞에 이르고 베일에 가려진 ‘현무-3D’는 30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무-3는 한 발에 40억 원으로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 150만 달러(약 20억 원) 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현무-4’는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를 통해 우리 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요청이 받아 들여져 개발이 시작됐다. 1t에 불과한 현무-3의 탄두 중량을 2.5t까지 늘렸다.
현무-3 미사일이 마하 속도로 지상에 낙하하기 때문에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공대지미사일 ‘GBU-28’이나 ‘GBU-57’(일명 ‘벙커버스터’) 보다 파괴력이 3배 가량 높고 지하 관통력도 뛰어나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표면상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벙커버스터 미사일로 ‘SRBM’(단거리 탄도미사일)으로 구분하지만 전문가들은 제원을 고려하면 ‘MRBM’(준중거리 탄도미사일)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꾸준히 개발한 현무-4는 현무-2를 개량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현무-4-1’은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2’는 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4’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로 개발해 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무미사일 시리즈의 끝판왕인 ‘현무-5’는 ‘괴물’로 알려졌다. 정확한 제원 등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무-5가 배치되면 재래식 전력으로도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 강력한 응징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준(準)핵무기급 미사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현무-5를 유사시 북한 지역에 대한 압도적 대량 응징 보복 수단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 전역 지하 100m보다 깊은 곳의 지휘·전략 표적을 파괴할 정도로 관통력이 뛰어나다. 사실상 소형 전술 핵무기급 위력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2년 10월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시험 발사 영상이 공개돼 국내외 화제가 됐다.
현무-5의 탄두 중량은 무려 8t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폭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두 중량을 늘리는 데 집중한 덕분에 현무-5의 탄두 중량은 현무-4 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현존 재래식 무기의 폭발력 최대치가 10t 수준이다. 탄두 중량이 8t인 현무-5가 세계 최대급 재래식 무기로 평가받는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즉 수십 개를 동시에 터뜨리면 핵 배낭과 맞먹는 폭발력을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정보자산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군 지휘부의 위치를 수시로 감시하고 있어 만약 북한이 도발한다면 김정은 지하벙커는 즉각 현무-5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현무-5는 1000㎞ 고도까지 치솟은 뒤 마하 10 이상 속도로 표적에 내리 꽂힌다. 탄두 자체의 파괴력도 크지만 초고속 낙하를 통해 탄두에 가해지는 운동에너지가 발생해 인공지진을 일으키면서 북한의 지하시설을 초토화하는 게 가능하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핵을 사용하지 않고도 핵무기 같은 위력을 내는 재래식 무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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