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하는 벤츠 E클래스..주유하듯 투입하는 혁신기술[르포]
신형 E클래스 속 국산 앱·부품, 이곳서 탄생
첨단 기능 100% 적용…EV 충전 최적화·검증
맞춤형 기술 위해 SW 개발…30만㎞ 주행하기도
"한국 중요 시장이자 협력자…빠른 R&D 성과"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한국에서 수입차 단일 모델로 최다 판매량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올해 초 출시한 11세대 신형 E클래스는 상반기에만 총 5894대(300 4MATIC 기준) 팔리며 단숨에 ‘최다 판매 톱5’에 등극했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차량에는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MBUX 슈퍼스크린’이 탑재돼 있다. 고해상도 LCD 중앙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광활하게 이어진 것이 특징이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내비게이션을 켜면 티맵모빌리티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기반으로 정보가 뜬다.
‘핵심 시장’ 韓 맞춤형 R&D 거점…주유하듯 신기술 투입
지난 5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메르세데스 R&D 코리아 센터’ 워크숍 한 켠에 ‘Softwaretankstalle(소프트웨어 주유소)’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새하얀 조명 아래 E클래스, GLC 등 벤츠 차들이 보닛을 열고 긴 전선을 매단 채 늘어서 있는 모습이 마치 주유를 하듯 신규 소프트웨어를 공급받는 듯했다. 직원들은 즐비한 장비 사이로 랩탑을 들고 오가며 데이터를 확인했다. 이어 방문한 서울 중구 R&D 랩(연구실)은 본사 직원이어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 1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신차용 개발을 진행하는 가운데, 곳곳에 가림막이 덮여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R&D 코리아 센터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벤츠 코리아는 지난 2014년 한국 고객의 요구에 알맞은 신차를 신속하게 내놓기 위해 이곳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현재 70여명의 연구원이 두 개 거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설립 초기에 비해 규모가 네 배 이상 커졌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곳에서 벤츠의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비롯해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ADAS), 내비게이션 등 첨단 기능 전반을 우리나라 도로 상황과 법규에 맞도록 개발·시험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충전 시스템 최적화도 한창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자가 다양한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차량에 적용하고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며 국내 고객들이 편리한 주행·충전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차 출시 2년 전부터 R&D
벤츠 코리아는 독일 본사와 같은 속도로 한국에 신차를 출시하기 약 2년 전부터 R&D를 시작한다. 전 세계 공장에서 테스트를 위해 만든 벤츠 차가 중국, 일본보다 빨리 한국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개발 및 검증이 끝나고 나면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하는 셈이다. 김낙문 메르세데스-벤츠 R&D 코리아 워크숍 팀리더(부장)는 “한국 R&D센터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라며 “출시 전인 차가 모여 있는 공간은 벤츠 코리아 사장님이 와도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핵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선 메르세데스-벤츠만큼 국내 직원들의 열정도 뜨겁다. 벤츠 R&D 코리아 센터는 ‘테스트벤치 풀피처’를 개발해 EQS 모델에 최초로 활용했는데, 독일 본사 직원이 와서 사진을 찍어갈 정도로 주목을 받은 장치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센서, 사운드시스템, 하이패스 기기, 심지어 휴대폰 무선충전기까지 한국 운전자에게 필요한 모든 부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실제 차량 색으로 도색도 했다.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직접 탑재하지 않아도 호환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개발 방식·시간·비용을 모두 효율적으로 줄였다.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할 차를 내놓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R&D 코리아 센터 직원들은 주말을 반납하며 기술 개발 및 검증에 나서고 있다. 어느 곳보다 깐깐하게 R&D를 진행하는 만큼, 본사 직원들의 기술 신뢰도도 높다. 김 부장은 “이곳에서 2년 안팎을 개발한 차가 출시된다고 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마음을 갖고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카르탈 센터장도 “한국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며 기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나라”라며 “우리 R&D 센터 직원들은 매우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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