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관계 얽힌 계획범죄? 영월농민회 간사 피살 전모 밝혀지나

유영규 기자 2024. 7. 1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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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

장기 미제인 영월 영농조합 간사 피살사건 재수사 및 보강수사를 통해 유력용의자였던 A(59·당시 39세) 씨를 20년 만에 법정에 세운 검찰은 남녀 관계에 얽힌 치밀한 계획 범행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어제(17일) 춘천지검 영월지청(김현우 지청장)이 A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밝힌 공소사실 등을 토대로 20년 전 그날의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습니다.

A 씨는 2003년 12월부터 영월에 거주하는 인척의 친구인 30대 중반 여성 C 씨와 교제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C 씨는 2004년 6월부터 영농조합법인 간사인 피해자 B(당시 41세) 씨와 사귀게 됐습니다.

이즈음 C 씨가 A 씨에게 'B 씨를 좋아한다'라고 말하자 A 씨는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A 씨는 범행 사흘 전 새벽 자기 집에서 차량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범행 장소인 영월을 다녀간 뒤 B 씨가 재직 중인 영농조합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확인하는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A 씨는 과거에도 교제 관계에 있는 여성에 대한 강한 집착 성향을 보였다는 게 사건 후 A 씨를 조사한 검경의 분석입니다.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A 씨는 가족 여행지를 영월로 정했고, C 씨와 인척 역시 영월의 미사리 계곡에서 함께 만났습니다.

범행 당일인 2004년 8월 9일 오후.

A 씨는 '술을 사 오겠다'며 가족들이 물놀이하는 계곡을 나온 뒤 차량을 운전해 B 씨의 사무실로 이동한 것으로 검경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당시 도로 사정으로 볼 때 계곡과 B 씨의 사무실은 26.3㎞가량 떨어져 있었습니다.

차량으로 3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라고 검경은 분석했습니다.

오후 3시 30분쯤 B 씨의 사무실에 도착 후 둔기로 B 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리고 흉기로 십수 차례 찔러 살해한 뒤 15분여 만에 범행 현장을 빠져나왔으며, 곧바로 계곡으로 복귀했을 것으로 검경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참혹한 모습으로 숨진 B 씨 피살 사건은 당일 오후 6시쯤 동료 농민회원 K(당시 38세)에 의해 신고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경찰은 농민회 사무실을 출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출입문 셔터가 내려져 있고 반항한 흔적이 없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수사 초기 용의 선상에 올랐던 A 씨는 사건 발생 시각에 영월의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면서 알리바이를 댔고, 당일 촬영한 물놀이 사진을 제출해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치밀한 계획하에 완전 범죄처럼 미궁에 빠졌던 이 사건은 유족의 억울한 호소와 검경의 끈질긴 수사 끝에 20년 만에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범행 현장에 범인이 남긴 샌들 족적 등에 대한 추가 감정 등 검경의 과학적인 재수사와 보완 수사를 통해 족적이 지목한 A 씨를 20년 만에 구속기소 한 것입니다.

그러나 A 씨는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주 긴 시간 동안 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토로하며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또 "족적에 대한 감정 결과도 믿을 수 없고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다"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결국 검경의 끈질긴 수사 결과를 통해 A 씨가 법정에 선 가운데 B 씨의 억울한 죽음과 A 씨의 결백 사이에 그날의 진실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됩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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