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기술주, 뺨 때린 트럼프 [뉴욕마감]
뉴욕증시에서 나스닥과 S&P 500 지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언급에 영향을 받아 급락했다. 사실상 현재 지지율로만 보면 재선이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은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TSMC가 급락했고, 지정학적 우려를 염려한 반도체주들이 연쇄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미국 증시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43.6포인트(0.59%) 상승한 41,198.08을 기록했다. 그러나 S&P 500 지수는 78.93포인트(1.39%) 내린 5,588.27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도 512.41포인트(2.77%) 하락해 지수는 17,996.92에 마감했다.
빅테크 기술들은 상반기 상승세를 일부 반납하면서 하락의 명분을 얻었다. 애플이 2.53%, 넷플릭스가 1.35%, 마이크로소프트가 1.33% 하락했다.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메타는 5.68%나 급락했다. 하지만 반도체주의 하락은 더 심각했다. 상반기 최대 AI(인공지능) 수혜주 엔비디아는 이날 6.64%나 급락했고, 미국에 상장된 TSMC 주가도 2% 이상 하락했다.
이날 뉴욕타임즈(NYT)는 금리정책과 관련해 트럼프가 최근 언급한 내용들을 지목하면서 이를 '트럼프 2.0 하의 연방준비제도'라고 명명했다.
트럼프는 일단 피격 사건 이후 확고해진 지지세를 활용해 금리정책을 흔들고 있다. 지난 주말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아직까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을 쫓아낼 계획이 없으며, 파월이 임기(2022~2025년)를 마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재선이 된다면 당장 파월을 쫓아내겠다고 위협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표현이다.
트럼프는 그러나 역시나 전제를 달았다. 파월의 임기를 유지할 조건으로 "그가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이라고 토를 단 것이다. 사실 미국 대통령이라도 중앙은행장을 해임할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표현은 자신에게 마치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과장된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말하는 옳은 일은 무엇일까. 트럼프는 연준이 11월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기를 원한다. 트럼프가 기준금리를 낮추고 싶어하지만 일단 선거 전까지 금리인하에 관해서는 "그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규정했다. 선거 전에 금리인하가 이뤄지고 경제가 지금보다 활기를 띠게 된다면 그것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업적으로 치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자신의 대선 승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금리인하를 막으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 예상과 상충된다. 이날 오전 선물 트레이더들은 9월에 금리인하가 있을 가능성을 98%로 예상했다. 트레이더들 다수는 선거 이틀 후인 11월 7일에 두 번째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예상은 최근 증시 상승세를 부추겼고, S&P 500은 지난 11 거래일 가운데 10일이나 상승해 올해는 38번의 신기록 갱신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선된 이후에 금리를 드라마틱하고 빠르게 내리길 원한다. 그의 경제 철학은 결국 낮은 금리과 세금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백악관이나 행정부와는 독립적으로 금리정책을 조율한다. 이미 트럼프는 지난 임기 중에도 이 때문에 연준 의장과 번번이 부딪혀왔다.
월러는 "노동 시장이 적절한 지점에 있다"고 언급하면서 "일자리 성장이 지속되고 임금 상승이 완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다른 정책 입안자들의 평가과 일치했하며 금리 인하는 7월 FOMC(공개시장위원회)가 아니라 거의 확실히 9월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강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연준은 이날 내놓은 베이지북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맞춰 행동을 조절하는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됐다"고 보고했다.
연준은 경제성장이 적당한 속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12개 연방 지구 가운데 5개는 활동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거의 모든 지구에서 소매업체가 품목을 할인하거나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필수품만 구매하거나, 품질을 낮추거나, 품목을 적게 구매하거나, 가장 좋은 거래를 위해 쇼핑을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다가올 11월 대선과 국내 정책, 지정학적 갈등,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6개월 동안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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