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한국 증시? "업종별 투자전략 필요"
트럼프 당선 가능성 커지자 韓 증시 변동성↑
2차전지 등은 부진 전망, 원전과 화석에너지 등 강세
미국서는 금융주 상승장 기대도 커져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미국 대선이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바꾸게 할 기세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으로 대선의 승기가 기울며 국내 증시도 이를 반영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규제 완화와 경기 부양 등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과 자산에 돈이 몰리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이미 전 세계를 흔들기 시작하자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시대를 준비하는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사흘간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뉴욕 증시와 달리 우리 증시는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직후인 지난 15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했고, 이후 숨 고르기를 이어가다 17일에는 0.80% 내린 2843.29에 마감했다.
특히 지난 8개월간 코스피를 순매수해온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5일 1272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가 다음날인 16일에는 사흘 만에 ‘사자’로 전환해 지수 반등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다시 하루 만인 17일에는 매도로 전환했다. 총격 사건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하리라는 예상이 나오는 한편, 위험자산에 돈이 몰리는 트럼프 트레이드도 확산하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우리 증시의 가장 큰 호재 중 하나로 작용했던 9월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흔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11월 대선 전에 금리를 인하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면서다.
미국 대선이 국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하자 시장에서는 당분간 지수보다는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종목별 대응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1기 당시의 시장 상황을 살피고, 공약을 분석해 집권 2기의 수혜 업종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폐지보다는 축소로 추가 기울고 있지만 2차전지와 같은 전기차 관련 업종은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이후 국내 주요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는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코프로(086520)는 최근 이틀간 8.0% 하락해 다시 9만원대로 내려왔고, 포스코퓨처엠(003670)도 8%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편에서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친환경 정책이 후퇴하며 전기차 전환은 늦어지겠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쟁력은 확대하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중국이 공급망에서 배제되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관련 부품 업종을 대안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또한 원전과 화석에너지 등은 친환경 정책 후퇴에 따른 주력 수혜주로 손꼽힌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지난 집권 당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했을 때를 복기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도 제언한다. 당시 중국 경기나 정책과 연관이 큰 화학·철강과 같은 업종의 주가가 부진했고, 트럼프 집권 2기에도 이들 수출 자본재가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IT와 자동차 같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 이미 안착한 소비재의 경우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의 재집권 수혜주로 손꼽히는 방산주를 놓고는 증권가 전망이 엇갈린다. 글로벌 분쟁에 소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공약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에 방산주가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중단돼 오히려 방산 수요가 후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 빅 테크의 높은 수익률을 따라 미국 증시로 향했던 ‘서학개미’들 역시 트럼프가 재선하면 ‘매그니피센트7’ 대신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트럼프 캠프의 공약 중 법인세 인하와 금융 규제 완화 등 정책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를 낮췄을 당시 이익이 증가한 업종으론 금융과 경기소비 산업 등이 꼽힌다. KB증권은 올해 6월 기준 누적 4분기 이상 이익을 낸다고 가정했을 경우 법인세율 인하 시 실효세율 감소가 큰 기업으로 보험사인 신시내티 파이낸셜과 광산기업인 프리포트 맥모란, 월트디즈니와 에스티로더 등을 꼽았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법인세를 1%포인트 인하하면 S&P 500 이익은 0.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 2017년 법인세법 개정 당시와 동일하게 주로 경기민감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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