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업' 트럼프 대선 캠프 핵심... 둘째 며느리 '라라'에 시선 집중
차남 에릭의 부인 라라 RNC 공동의장
당 장악 돕고 부정적 이미지 완화 '앞장'
공화 전대서 "시아버지는 강인한 사자"
"TV 속 모습이 아닌, 제 아이들의 훌륭한 할아버지이자 남편의 아버지이고 제가 시아버지로 부르는 도널드 트럼프를 봐 주길 바랍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미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일정 대미를 장식한 찬조 연설자가 연단에 섰다. 주인공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인 라라 트럼프(42). 통상 대선 후보의 부인이 맡는 순서인데, 당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가 등장한 것이다.
황금시간대인 오후 10시, 미 전역에 생중계로 송출되는 행사에서 라라는 대선 후보를 '시아버지'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따뜻하고 자상한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구약성경 잠언에 빗대 "용감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강한 사자"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자, 현장에 있던 그는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라라의 연설은 트럼프를 인간적으로 묘사하려던 것"이라고 평했다.
장녀 이방카 자리 꿰찬 며느리 라라
트럼프 선거 캠페인에서 라라의 정치적 입지가 부쩍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미 언론들에서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의 최고 실세였던 장녀 이방카가 물러난 사이, 둘째 며느리가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라라 인터뷰 기사를 통해 트럼프 캠프 내 그의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인 라라는 2008년 뉴욕 맨해튼의 한 술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을 처음 만났다. 2014년 에릭과 결혼하기 전에는 CBS TV쇼 프로듀서로 일했다. 한때 '트럼프의 충복'으로 불렸던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는 라라를 며느리감으로 탐탁지 않게 봤다"고 했다. 2016년과 2020년 모두 트럼프 선거 캠프에 몸담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이방카에 비해 큰 두각을 보이지도 않았다.
헌신과 충성심... '트럼프 왕국' 새 권력자로
'트럼프 일가'의 새 권력자로 부상한 비결은 헌신, 그리고 충성심이었다. 지난 3월 라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유로 RNC 공동의장직에 도전해 선출됐다. RNC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기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자금을 움켜쥔 이곳에 며느리를 앉혀 당을 장악하려 했고, 실제 성공했다. NYT는 "직원 수십 명을 해고해 효과적으로 당과 선거 캠페인을 통합시켰고, 이제는 모든 게 트럼프의 손아귀에 있다"고 짚었다.
라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 희석에도 앞장서고 있다. 예컨대 지난 5월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사건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는 등 그는 '여성 혐오'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두 차례의 대선에서 '트럼프를 위한 여성' 버스 투어를 이끈 게 대표적이다. 이날 연설에서도 자신을 '엄마'로 칭하면서 가족을 지키는 시아버지의 자질을 강조했다. 트럼프 캠프의 수석 고문인 정치컨설턴트 크리스 라치비타는 라라에 대해 "캠페인과 당의 메시지를 매우 명확하고 간결하며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커뮤니케이터"라고 평가했다.
날로 쌓이는 정치적 지분... 백악관 입성 전망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 사랑'도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RNC 공동의장 선거 출마 당시 그는 "나의 매우 재능 있는 며느리"라며 치켜세웠다. 지난 9일 플로리다 유세에서도 "라라는 공화당의 수장이라는 위를 향해 상승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사는 WP에 "라라는 더 이상 에릭의 아내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일가와 정치권 사이의 통로"라고 말했다. 선거 전면에서 시부를 도우며 정치적 지분을 쌓고 있는 만큼, 향후 대선 승리 시 백악관 동반 입성 전망도 나온다.
다만 11월 대선 이후 라라가 어떤 방식으로 '가업'을 이을지는 미지수다. 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갈 수도, 플로리다 또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정계 진출을 할 수도 있다"고 점쳤다. 2022년 상원의원 선거 때 노스캐롤라이나 출마를 고려했지만 마지막에 접었던 것처럼, 당분간은 현실 정치에서 '시아버지 지원 사격'에만 그칠 가능성도 적지는 않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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