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피격의 뒷면

김주동 국제부장 2024. 7. 18.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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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여야 간 대립으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셧다운'(정부 일시 폐쇄) 위기설이 돌았던 작년 가을 비슷한 글을 쓴 적 있다. 당시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무디스는 셧다운이 최고 등급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이후 11월에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다른 3대 신평사인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AA+'로 실제로 강등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약해진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정치적 양극화 및 이로 인한 정부 재정 불안이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연설하던 중 총성이 울려 지지자들이 깜짝 놀란 모습. 총알은 트럼프의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갔다. 2024.07.15. /로이터=뉴스1

3년여 전 대선 결과 불복을 목적으로 한 의회 난입 폭동이라는 상상 밖의 일이 벌어지더니, 얼마 전(현지시간 13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암살 시도라는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 민주주의 대표 국가라는 곳에서 말이다.

피해자인 트럼프가 현장에서부터 굳건한 모습을 보이자 이 사건은 대선 판도에 영향 주는 요소로 일부 변질됐지만, 우리는 어쩌다 미국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지 혹시 우리도 이런 일에 적응해가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정치학자 등을 중심으로 위기론이 일고 있다. 마틴 루서 킹 목사, 로버트 F. 케네디 의원(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당시 대선 예비후보)이 암살당한 1968년과 현재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당시에는 인종 갈등이 컸고 폭동이 벌어졌던 때인데, 현재의 정치적 갈등 양상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피격 이후인 15~16일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한 미국인 80%는 "미국이 통제 불능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지난 5월 여론조사 기관 마리스트폴이 공개한 국가 분열에 대한 미국 여론조사(4월16~18일 진행)에서는 응답자 47%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2차 내전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매우 그렇다, 그렇다 합산)고 말했다. 미국은 1861~65년 남북전쟁을 경험했다.

지난달 시카고대학교가 미국인 206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6.9%가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폭력을 쓰는 게 정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의 재선을 막기 위해 폭력을 쓰는 게 정당하다는 반응도 10%였다. 어느 쪽이든 17%가량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폭력을 쓰는 데 대해서 문제 의식을 갖지 않는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로버트 페이프 교수는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가디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보복 공격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저 우려일 뿐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로이터는 자체적으로 조사해 2021년 1월 의회 폭동 이후 미국에서 213건의 정치적인 폭력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18건은 사망자가 나왔다.

정치계 내부도 불안정한 상태다. 지난해 9월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의회 양당 의원들 성향은 점점 양극화 되고 있다. 접점이 거의 사라지면서 대화, 타협의 여지는 좁아졌다. 이 연구에서 미국인 41%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를 통해 이들의 중도적인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쏟아지고 주장이 넘치는 시대다. 정치인들의 과격한 발언은 비판도 받지만 한쪽에서는 환영을 받기도 한다. 네브라스카-링컨 대학교의 케빈 스미스 정치과학 교수는 최근 지역방송에서 "우리가 고도로 긴장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공개할 자신의 연설문을 피격 이후 새로 썼다고 한다. "세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라며 통합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분열의 정치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지만,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주고 싶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이유에서건 그가 현실에 변화를 주길 기대해본다. 먼 나라의 일이지만 국내 현실도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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