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여전히 교권 보호에 목마르다

공승배 기자 2024. 7.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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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가 순직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인천 교사 10명 중 9명은 여전히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정부, 국회 할 것 없이 교권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민원을 고려해 아예 생활지도를 하지 말라는 식이라 괴리가 상당하다"며 "그럼 잘못된 학생은 누가 지도하나. 교권 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없이 교권 보호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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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 1년, 인천 교사 설문
10명 중 9명꼴 “교권침해 심각”… 법적 제재 미흡하고 학생인식 부족
‘교권보호 5법’ 개정 실효성 미미… “서이초 특별법 신속한 통과 절실”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교육청에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맞아 마련된 분향소에서 교사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인천교사노조 제공

지난해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가 순직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인천 교사 10명 중 9명은 여전히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권 보호를 위한 갖은 대책에도 현장 교사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교사노조는 최근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맞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인천 지역 교사 18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는 ‘학생, 보호자에 의한 교육 활동 침해 행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9%(1624명)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가량인 821명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교육 활동 침해가 심각한 이유로는 ‘법적 제재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응답이 1332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권 보호에 대한 학생·보호자의 인식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이후 교사 개인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도 ‘학생들을 대할 때 두려움이 커져 교육 활동이 위축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등 이른바 ‘교권보호 5법’이 개정됐지만 5개 법 모두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현장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안은 가해자와 피해 교사를 즉시 분리하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 학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는 교원의 교육 활동을 법률로 명시한 이른바 ‘서이초 특별법’의 빠른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교사의 업무 범위와 긴급 상황 시 학생에 대한 물리적 제지 방안 등을 법률로 정하는 게 특징이다.

인천교사노조 관계자는 “개정된 교권 보호 5법은 강제성이 부족하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진정한 교권 보호를 위해선 조금 더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후 조치에 치중돼 있는 교권 보호 대책이 사전 예방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1월 교육감 직속에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신설한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교육 활동 보호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매뉴얼은 교육 활동 침해 사안 발생 시 초기 대응, 신고 절차와 지원 제도 등을 안내하고 있는데 사전 예방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정부, 국회 할 것 없이 교권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민원을 고려해 아예 생활지도를 하지 말라는 식이라 괴리가 상당하다”며 “그럼 잘못된 학생은 누가 지도하나. 교권 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없이 교권 보호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권 침해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 즉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고 대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교 구성원 간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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