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도전과 혁신의 새로운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열자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2024. 7. 1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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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테슬라의 전기차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즈음이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기구동과 더불어 한 차원 높은 자율주행 기술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보다 1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한 전기차 시장에 테슬라는 2003년 출사표를 던졌다. 2008년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한 로드스터를 출시한 이후 2012년 최첨단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모델S를 통해 명성을 쌓아갔다. 전통적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테슬라의 성공 뒤에는 불확실성을 감내한 10년 이상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연구·개발)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크게 기여한 모더나의 백신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가 글로벌 난제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다. 모더나는 2010년 설립 이후 전통적인 백신개발 방식과 달리 mRNA를 활용한 면역반응 유도기술을 개발해왔다. 개발 초기에는 이 혁신적인 접근법의 장기적 안전성이나 대량생산·배포에 대한 우려가 지적됐다. 그러나 모더나는 지속적인 기술혁신으로 백신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불과 몇 달로 단축했고 팬데믹 발생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백신을 배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극복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mRNA 기술은 다양한 질병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는 길을 열어 의료분야 전반에 걸친 혁신을 촉발했다.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우리나라 R&D 정책의 중심에는 '도전'과 '혁신'이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중은 세계 1, 2위를 다투지만 지금까지 전략은 주로 다른 나라의 성공사례를 모방하거나 개선하는 데 집중됐다. 빠른 추격자(fast-follower)에서 선도자(first-mover)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빠른 성과를 보장하는 효율적·점진적인 기존 방식을 버리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R&D 성과의 개수보다 크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특히 최근 급부상한 AI, 바이오, 양자 등 미래 기술분야의 특징은 플랫폼화한 기술에서 서비스가 파생되는 형태며 이는 대부분 결실을 승자가 독식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미래 기술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도전을 통해 기존 틀을 깨는 혁신적 접근이 필수다. 바로 이 지점에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정부의 R&D 투자가 집중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APRO'라는 새로운 정책브랜드를 도입했다. APRO는 세계 최고·최초를 지향하고(Aim high) 난제해결을 목표로 하며(Problem-solving) 혁신적인 연구방식으로(Revolutionary)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하자는(Over & over) 정책철학을 담았다.

APRO 정책이 연구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문화가 연구자들은 물론 정책입안자들의 DNA로 자리잡아야 한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는 필연적으로 높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한다.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해지며 그 기간을 인내하고 기다려줄 때만 도전적인 연구가 자리잡을 수 있다. 다음으로 안정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다. 정부가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R&D를 지원할 때 연구자들은 비로소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제안한 APRO 정책이 새로운 R&D 패러다임으로 안착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혁신 선도국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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