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사임한 美 한반도정책 최고위직, 수미 테리 사건이 원인이었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53·한국명 김수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체포된 가운데, 미 국무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위 인사인 정 박 국무부 부차관보가 최근 사임한 것이 이번 수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테리 연구원은 약 10년에 걸쳐 고가의 가방·의류, 고액의 현금 등을 제공받은 대가로 한국 정부에 미국의 비공개 정보를 넘겨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실일 경우 이번 수사가 미 정부의 대북 정책 컨트롤타워 공백으로 이어진만큼 후폭풍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미 연방검찰 공소장에는 테리가 2021년 4월 16일 워싱턴DC에서 국정원 요원과 저녁을 먹으면서 “과거에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위원회(NIC) 고위급을 역임했으며 한국 업무도 담당하는 국무부 고위당국자와 테리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적시돼 있다. 공소장에서는 정 박 전(前) 부차관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에 설명된 고위당국자의 이력이 정 박 전 부차관보와 거의 일치한다.
정 박 전 부차관보는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한국 담당 부정보관, 중앙정보국(CIA) 동아태 미션센터 국장을 지냈다. 2021년 1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임명돼 한국 관련 업무도 담당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가 2022년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관련 비공개 메모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소규모 회의엔 블링컨 장관, 고위 국무부 관료들과 함께 테리를 포함한 다섯 명의 한반도 전문가가 참석했다. 이 자리는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과 외교 관료들이 한반도 문제를 두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당시 정 박 부차관보는 현직이었다. 당시 회의를 총괄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게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회의는 언론 보도 및 외부 유출이 불가능한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나 테리는 회의가 끝난 직후 블링컨의 발언을 포함해 수기(手記)로 작성한 회의 내용을 한국 정부에 넘겼다. 검찰은 “국무부 회의가 끝난 직후 국정원 요원이 대사관 번호판이 달린 차량에 테리를 태운 뒤 그가 작성한 두 페이지 메모를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일자로 돌연 사임했다. 그나 국무부는 사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그만둔 건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돌았었다. 정 박이 국무부 수장의 비공식 발언이 유출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사임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DC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그나마 한국 정책을 전문으로 해왔던 정 박이 사퇴하면서 당분간 북한 문제는 ‘개점 휴업’ 상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며 “이번 사건으로 북한 문제 등이 더욱 ‘뒷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1기 핵심 참모 볼턴 “트럼프 취임 직후 평양 가도 놀랍지 않아”
- “담배 만져본 적도 없다”… 폐암 4기 시한부 판정 받은 50대 女, 원인은?
- 검찰, “‘왜곡 여론조사 의혹’ 업체 明 소유 아니다” 녹취 확보
- 멋쟁이들의 핫템 “칼票 양담배 어디 없나요?”
- 北 통신교란으로 여객선·어선 수십척 GPS 오작동…인명 피해는 없어
- 교회에서 쫓겨나자 목사에 항의 문자 9000통 보낸 여성 집유
- 합참 “북 GPS 교란 도발… 우리 선박·민항기 장애”
- 행인 2명 들이받고 광교 뒤집어놓은 사슴 사흘만에 생포
- '허위 인터뷰 의혹' 김만배 이어 신학림도 보석 청구
- 韓 “9일 민주당+민노총+촛불행동 원팀, 판사 겁박 무력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