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바이든 칼 춤에 반도체 종목들 폭락...나스닥 급락 [송경재의 새벽 증시]

송경재 2024. 7. 1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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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보도와 올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에 방위비 증액과 함께 TSMC 세제 혜택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는 소식에 17일(현지시간) 반도체 종목들이 폭락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반도체주 폭락을 촉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고, TMSC에 대한 세제 지원도 중단할 뜻을 내비친 것이 반도체 폭락 방아쇠를 당겼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으로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을 더 옥죌 것이란 보도, 또 그동안 크게 오른 대형 기술주에서 중소형 종목으로 모멘텀이 이동하는 종목순환(로테이션) 흐름이 강화된 것도 반도체 폭락에 일조했다.

반도체 폭락

엔비디아는 전일비 8.37달러(6.62%) 폭락한 117.99달러로 추락했다.

경쟁사인 AMD는 18.12달러(10.21%) 폭락한 159.43달러로 미끄러졌다.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는 18.62달러(7.11%) 폭락한 243.17달러로 주저앉았다.

인공지능(AI)용 메모리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7.99달러(6.27%) 급락한 119.50달러,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반도체를 받아 AI용 서버·데이터센터를 만드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60.65달러(6.92%) 폭락한 816.31달러로 떨어졌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충격이 더 컸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는 25.77달러(10.48%) 폭락한 220.07달러, 램리서치는 108.31달러(10.07%) 폭락한 967.68달러로 추락했다.

반도체 규제 강화

이날 반도체 폭락세는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세로 부담을 느끼던 투자자들이 규제 강화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빌미로 이들 종목을 내던지면서 촉발됐다.

울고 싶을 때 뺨을 맞은 격이었다.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벌어진 암살 미수 사건에서 살아남으며 올 11월 대선 승리에 성큼 다가선 트럼프는 전날 대만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한편 파운드리업체 TSMC에 대한 세금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는 TSMC의 미국 공장에 지원금을 지급해 봐야 어차피 대만으로 그 돈이 흘러갈 것이라며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반도체 업종에 충격을 줬다.

발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네덜란드 ASML의 반도체 리소그래피 장비 중국 수출을 추가로 옥죄는 등 반도체 수출을 대거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도체 업종이 타격을 입었다.

ASML은 이날 깜짝 분기 실적을 공개했지만 중국 수출 길이 더 좁아질 것이란 우려 속에 폭락했다.

ASML은 미국 증권예탁원증서(ADR)가 136.14달러(12.74%) 폭락한 942.05달러로 추락했다.

트럼프가 벼르고 있다고 시사한 TSMC 역시 ADR이 14.84달러(7.98%) 폭락한 171.20달러로 미끄러졌다.

미 비중 높은 반도체는 상승

반면 미국 반도체 설비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체들은 반사 이익을 거뒀다.

인텔은 정오께 2%를 넘나들던 상승 폭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0.12달러(0.35%) 상승한 34.46달러로 마감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3.71달러(6.82%) 급등한 58.13달러로 치솟았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최고시장전략가(CMS) 스티브 소스닉은 "반도체 종목들이 정치 양대 진영의 공격을 동시에 받았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규제 강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대만 국방비 증액과 관련한 분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소스닉은 이 같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응은 반도체 업종 위험을 더 높일 것으로 우려했다.

베어드의 테드 모턴슨 기술 전략가도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응이 현실화하면 이는 "가혹한 대응이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아울러 대형 기술주에서 중소형주와 가치주로 증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로테이션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모턴슨은 "지난 1주일 증시에는 대규모 로테이션이 이미 벌어졌다"면서 "트럼프 지향적인 산업주, 그의 '미국을 위대하게' 구호에 걸맞은 그런 종목들이 랠리를 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이번 대응은 이런 흐름을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스닥, 2.8% 폭락

뉴욕 증시는 대형 우량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이 0.6% 상승하며 사흘째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512p(2.8%) 폭락한 1만7996.92로 마감해 1만8000선이 붕괴됐다. 2일 1만8000선 돌파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12일 만에 1만8000선을 내줬다.

기술주 비중이 높아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역시 79p(1.4%) 급락한 5588.27로 밀렸다.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3p(9.78%) 폭등한 14.48로 껑충 뛰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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