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전공의 90%, 사직 처리될 듯
전국 병원 211곳 1만명 넘을 듯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이 17일까지 복귀·사직 여부를 밝히지 않은 ‘무응답 전공의’들을 일괄 사직 처리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이들을 포함해 전국 수련 병원 211곳 전공의 총 1만3000여 명 중 1만명 이상이 사직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2월 19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내고 진료 현장을 떠난 지 5개월 만에 사직서가 수리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날 전국 수련 병원 211곳에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신청을 받았다. 앞서 정부는 수련 병원에 “15일까지 전공의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한 뒤 17일까지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했다. 병원마다 전공의 정원이 정해져 있어 기존 전공의 사직 여부를 확정해야 하반기에 뽑을 규모도 정할 수 있다. 이에 병원들이 복귀·사직 여부를 끝까지 밝히지 않은 대다수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기로 했다.
빅5 전공의(레지던트) 1922명 가운데 16일 기준 출근 중인 전공의(179명)는 10%가 채 안 된다. 나머지 약 90%는 최종 사직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15일까지만 해도 16명(0.8%)에 불과했던 사직자는 사직 처리 시한이 지난 16일 732명(38.1%)으로 급증했다. 전국 수련 병원 211곳의 레지던트 사직자도 15일 86명에서 16일 1302명으로 늘었다.
현재 전체 전공의(1만3756명) 중 출근자 110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병원에 사직·복귀 여부조차 밝히지 않았다. 지방 일부 대학 병원은 교수들의 반대, 수도권 병원으로 전공의가 이탈할 가능성 등을 우려해 이들의 사직 처리를 일단 보류했다. 하지만 빅5 등 대다수 병원은 15~17일 이들을 사직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병원 원장은 전공의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마지막까지 복귀·사직 여부를 밝혀 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4일 전공의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여러분의 수련 과정이 중간에 이렇게 끝나선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도 전공의들에게 “향후 선생님의 앞날에 대한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공의는 사직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사직서 수리 시점은 각 병원 스스로 정한다.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 발생한다’는 정부 방침대로 대부분 7월 15일로 정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7월 15일로 하되 퇴직금 정산 등의 기준이 되는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은 2월 29일로 하기로 했다.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정부는 이들이 오는 22~31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도록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9월에 복귀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불합리한 정책과 위헌적 행정명령에도 거대 권력에 굴복한 병원장들에게 유감”이라며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로 교수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향후 의정 갈등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정부 지시대로 6월 4일 이후 일괄 사직이 처리될 경우 여러 교수가 사직하겠다고 한다”며 “전공의 거취는 전공의 개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일부 강성 교수는 “병원장들이 정부 압박에 넘어가 전공의들을 배신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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