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호주 “60대는 새로운 40대”… 日 “노년 정의 75세로”
[5·끝] ‘노인 낙인’ 거부하는 지구촌
대만 국회인 입법원은 만 65세 정년을 폐지하는 내용의 노동기준법 개정안을 지난 15일 통과시켰다. 내년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대만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며 정년을 폐지한 것이다.
‘65세=노인’이라는 공식이 국제사회에서 속속 허물어지고 있다. 재고용 등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적 정년을 많게는 70세까지 연장하는 국가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경로 우대의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 기준은 75세까지 높여야 한다는 논의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결혼·출산이 늦어지는 지각 사회 현상과 고령화로 유소년-청년-중장년-노년이라는 전통적인 세대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정년 연장이나 새로운 세대 구분 등을 통해 대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65세=노인’ 거부하는 지구촌
영미권에서는 7년 전 미국의 한 심리학 교수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쓴 퍼레니얼(perennial·다년생 식물)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지팡이를 짚은 채 여생을 보내는 전통적인 노인상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주와 영국에서는 2010년대 후반 ‘60대는 새로운 40대(60 are new 40)’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2006년 일찌감치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인을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명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는 2008년 ‘숙년혁명(熟年革命)’이란 책에서 노인 대신 활기찬 60세 이상을 뜻하는 ‘플래티넘(백금) 세대’로 부르자고 했다. 이후 산업계에서 ‘평생 현역(生涯現役)’ 개념이 유행하기 시작하는 등 60대를 둘러싼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 노년학회는 2017년 고령자 정의를 75세 이상으로 바꾸고 65~74세는 ‘준고령자’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도전받는 ‘비스마르크 정년’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각국은 135년 전 유물인 ‘65세 정년’ 제도도 뜯어고치고 있다. 65세 정년은 독일 통일의 주역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 총리가 1889년 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지급 대상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잡은 것이 시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고 저출생으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자 미국과 뉴질랜드, 영국 등은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육체적인 이유로 정년을 둬야 하는 예외를 제외하고 일찌감치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미국 등에서는 일하지 않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새로운 은퇴의 기준이 됐다.
정년을 유지하는 국가들도 실질적인 정년을 70세까지 늘리는 추세다. 일본의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재고용 등을 통해 65세까지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올해 8월부터 65세 이상도 70세까지 재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솔린 차량에서 전기 자동차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숙련 기술자들을 잡아두겠다는 취지다. 독일은 비스마르크가 ‘65세 기준’을 마련한 지 118년 만인 2007년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29년까지 67세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올해 기준 독일의 정년은 65세다. 싱가포르는 63세인 정년과 65세인 계속 고용 의무 연령을 2030년까지 각각 65세, 70세로 늘리기로 했다.
은퇴 연령 기준을 정부가 정하는 것 자체가 수명을 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경제포럼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은 47세지만, 평균 은퇴 연령은 59세였다. 연금 수급 연령을 자녀 수에 따라 조정하는 나라도 있다. 슬로바키아는 자녀가 많을수록 6개월씩 일찍 퇴직하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준다. 가령 1966년생 여성이 1자녀를 양육한 경우 64세에 퇴직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자녀가 2명인 경우 63세에 퇴직해도 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퍼레니얼(perennial)
원래 뜻은 다년생 식물. 적당한 영양·환경만 주어지면 계속 성장하는 다년생 식물처럼 60대에도 활발한 전성기를 보내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로라 카스텐슨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가 2017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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