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제 브레이크 푼다"…새 정부 '성장 가속' 통할까

김지연 2024. 7. 1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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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인프라 건설 계획에 국가 주도성 강화
친기업-친노동, 대규모 개발-녹색 의제 충돌 가능성 지적도
국왕이 탄 마차가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궁 앞을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의회 공식 개원식에서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국왕 연설)를 통해 공개한 청사진은 둔화한 영국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날 국왕 연설 이후 시작된 첫 의회 토론에서 "우리는 성장의 잠금을 풀고 영국의 브레이크를 해제할 것"이라며 "이것이 국가 쇄신과 재건의 길"이라고 선언했다.

국왕 연설에서도 '경제 안정과 성장'을 가장 상단에 배치했고, 관련 법안만 15개를 포함시켰다.

노동당이 하원 650석 가운데 411석(총선에서 얻은 412석 가운데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의장을 뺀 의석수)을 보유한 만큼 스타머 총리는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충분하다.

나아가 노동당 정부는 재집권에도 성공해 향후 10년간 '국가 쇄신'을 추진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날 스타머 총리는 국정 연설을 듣기 위해 리시 수낵 전 총리와 함께 하원에서 상원으로 이동하면서 계속 웃으며 대화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지만, 연설 서문에서는 "보수당 정부 하에서 본 경제적 무책임과 만연한 무능력을 영원히 바꿔놓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대표적인 성장 촉진 정책은 사회기반시설과 주택 건설 활성화다. 노동당은 선거 공약으로 이미 5년간 주택 150만 채 신축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계획과 사회기반시설 법안'을 추진해 건설을 막는 각종 '제약'을 푼다는 계획이다.

법안은 주택과 인프라 계획에서 민주적 참여 절차는 건설 여부가 아닌 건설 방식에만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토지 수용 보상은 '공정하되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앞서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지역보다 국가 중심으로 접근하도록 '국가 계획 정책 프레임워크'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했고 앞서 폐지된 의무적 주택 건설 목표 설정을 재도입한다고도 했다.

대대적인 기반산업 국유화 계획은 없었으나 일찌감치 선거 공약으로 세웠던 철도 국유화와 청정에너지 국영 기업 신설은 이번 국왕 연설에 담겼다.

국정연설을 듣기 위해 함께 이동하는 스타머-수낵 [AP 연합뉴스]

공기업 '그레이트 브리티시 레일웨이'(GBR) 운영을 본격화해 민간 여객 열차 운영권을 GBR에 넘긴다. 국영 GB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한다.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전략위원회를 신설하고 연금 투자를 활성화하며 국부펀드를 새로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노동당은 정부가 영국 경제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최근 인도, 브라질, 말레이시아, 유럽 많은 국가에서 채택한 것으로, 최대 선진국 중 하나로서 영국의 실험에는 지켜보는 눈이 많다"고 짚었다.

영국은 낮은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주요 7개국(G7) 중 최저 수준인 투자, 높은 공공부채 등 악조건을 안고 있다.

근로자의 권리 부문에서는 노동당이 제1야당 시절 기대받았던 것보다는 약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소 노동시간을 설정하지 않아 노동착취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제로아워 계약' 폐지, 취업 첫날부터 출산휴가와 유급 병가 허용, 사용자에게 유리한 근로 계약을 위한 '해고 후 재고용' 금지, 노조 활동에서 불필요한 제약 철폐 등이 추진된다.

노동당 정부는 경제 성장을 앞세우면서도 녹색 의제도 담았다. GB에너지 신설 외에 지속 가능한 항공유 생산 지원 법안을 추진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부분이 "산업계와 노동당 정부 간 첫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AP 통신도 "스타머는 친노동자이면서 친기업을 목표로 하고, 방대한 건설 프로젝트와 환경 보호를 모두 선호한다"며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풍력발전 터빈과 주택이 늘어선 런던 [AFP 연합뉴스]

이번 국왕 연설에는 상원 내 세습 귀족 의석 폐지 계획도 담겼다.

현재 상원 780여 명 가운데 국왕이 총리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나 세습되지는 않는 종신 의원이 660여 명이며 세습 의원은 약 90명이다.

노동당은 상원이 비선출직인 데다 규모가 비대하다며 개혁 대상으로 지목해왔다. 영국 상원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이어 세계 2번째 규모의 입법기관으로 꼽힌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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