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국 위한 활동시 법무부에 등록하라” 前 상원 의원도 기소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은 미국 정부의 기밀을 누설했을 때 적용되는 ‘간첩법(Espionage Act)’과는 성격이 다른 법이다. FARA법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인 1938년 적국의 선전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미국 정책이나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법무부에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한 후에는 대리하는 외국과 관련한 활동을 법무부에 정기 보고해야 한다.
문제는 이 법의 적용 범위가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데 있다. 외국 정부·정당·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 미국 밖에 사는 모든 개인에게서 명령·요청·지시·통제를 받아 미국 내에서 정치적 의미가 있거나 공공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전부 ‘외국대리인’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를 테면 미국 국적 재미교포가 친분 있는 한국 정당인의 요청을 받아 미국 정치인과의 만남을 주선한다거나, 미국 국적 언론인이 한국 고향 지자체의 부탁을 받아 한국 관광을 홍보해 준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러시아 등 적성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늘기 시작한 FARA 적용이 최근에는 동맹국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소속인 밥 메넨데스 전 상원 외교위원장을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고 이집트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했다. 2022년 6월에는 워싱턴의 진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앨런 당시 소장이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고 카타르 정부를 위해 로비를 해줬다는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았다. 미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앨런 소장은 중동과 관계가 있는 사업가 등과 어울리며 연사료로 2만달러를 받고 카타르 도하를 방문했다는 혐의 등을 받았지만, 지난해 1월 법무부가 기소를 포기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신화통신 등 중국 국영 언론사를 ‘외국대리인’으로 등록시키면서부터 FARA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외국 정부가 미국 싱크탱크와 교류하는 일상적인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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