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라이다’급 성능… 젠슨 황도 반했다

안상현 기자 2024. 7. 1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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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인사이드] [5] 배달용 자율주행 로봇 ‘뉴빌리티’
자율주행 '뉴비'와 함께한 이상민 대표 - 이달 초 서울 성수동 소재 뉴빌리티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민(27) 뉴빌리티 대표가 직접 개발한 배달용 자율 주행 로봇 '뉴비'를 소개하고 있다. 뉴비는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장소나 시간 제한 없이 도보 주행이 가능한 '실외 이동 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받았다. /조인원 기자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시선이 쏠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 무대에 바퀴 달린 커다란 박스 같은 자율주행 로봇이 올랐다. 황 CEO는 “인공지능(AI)의 다음 물결, 로보틱스의 미래”라고 소개했다.

이름이 ‘뉴비’인 이 자율주행 로봇은 국내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만든 것이다. AI와 카메라 센서를 달고 움직인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속 6km로 인도를 달리던 ‘뉴비’는 횡단보도를 앞두고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 멈춰 섰다. 신호등 색이 바뀌면 횡단보도를 건넌다. 맞은편에서 한 보행자가 스마트폰을 보며 다가오자, 뉴비는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주행을 계속했다. 최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민(27) 뉴빌리티 대표는 “지금까지 ‘뉴비’로 배달을 1만여 건 했는데, 사고는 단 한 건이었다”며 “그 한 건도 주차하던 차가 실수로 로봇을 치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국내 자율주행 로봇 산업의 원년으로 꼽힌다. 그동안 자율주행 로봇은 안전 문제로 시범이나 실증 특례 사업에 머물렀는데, 지능형로봇법이 발효되면서 자율주행 로봇이 전국 어디서나 다닐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시작을 ‘뉴빌리티’가 열었다. 올해 초 ‘실외 이동 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운행 안전 인증은 속도 제어나 비상 정지, 장애물 감지, 횡단보도 통행, 운행 구역 준수, 관제 장치 등 정부의 16가지 안전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받을 수 있다.

그래픽=박상훈

◇카메라+AI로 라이다급 성능

뉴빌리티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카메라 센서와 AI다. 자율주행 로봇은 대개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을 3차원으로 파악하는 ‘라이다(LiDAR)’나, 전자파로 주위를 식별하는 ‘레이더’를 주요 센서로 쓴다. 하지만 뉴빌리티는 대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라이다 대신 카메라를 쓴다. 카메라가 주변을 인식하고, 주행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AI가 반복 학습하면서 라이다 수준의 정교한 식별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카메라는 빛의 양 변화에 민감해 야간에는 잘 식별되지 않을 수 있는데,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거친 AI를 활용하면 밤에 어렴풋이 보이는 물체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뉴비의 한 달 이용료는 60만원 수준”이라며 “현재 배달 건당 배달 플랫폼과 가게가 지불하는 비용이 7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하루에 3건 이상만 배달해도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2017년 창업한 뉴빌리티는 로켓·드론 관제 시스템 등 피보팅(사업 전환) 5번 끝에 2019년부터 자율주행 로봇 사업에 나섰다. 불과 5년 만에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자율주행 로봇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뉴빌리티는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3’에선 혁신상을 받았다.

그래픽=박상훈

◇학생 시절, 나사 우주 변기도 개발

연세대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학생 때부터 직접 개발한 기술로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해내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개발한 우주 변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최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고, 실제 우주 환경에 적용됐다. 물이 부족한 우주에선 소변을 물로 재활용해야 하는 만큼 대변과 소변을 분리해주는 변기가 필요한데, 나선형 구조로 원심 분리 방식을 활용해 대·소변을 자동으로 나눠주는 변기를 만들어 특허를 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부품만 1만개 이상에 가격도 대당 60억~100억원씩 하던 종전 우주 변기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에도 이런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중국발 미세 먼지가 한창 논란이던 시절 교수를 찾아가 미세 먼지 관측용 위성 개발을 제안했다. 관측용 위성 카메라를 개발하는 광학계 팀장을 맡아 미세 먼지 관측용 인공위성 ‘미먼(MIMAN)’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누리호 타고 우주로 날아간 미먼은 여전히 잘 작동 중”이라고 말했다.

뉴빌리티는 오는 9월 인천 송도 지역에서 요기요와 함께 국내 최초 도심지 로봇 배달 상용화를 시작한다. 이 대표는 “작년 매출은 4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 낸 매출만 15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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