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뺏길라… 美, 네덜란드에 “中 유학생 줄여라”

변희원 기자 2024. 7. 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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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지원’ 에인트호번 공대 압박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홀딩 본사. /로이터 뉴스1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 ASML이 지원하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의 중국인 학생 입학에 제동이 걸렸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ASML의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것을 염려한 미국의 견제 때문이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로버르트-얀 스미츠 에인트호번 공대 총장에게 지난해 중국인 입학생이 많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ASML 본사에서 약 8㎞ 지점에 있는 에인트호번 공대는 ASML이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공들인 학교다. 연구 목적의 장비를 기부했고, 반도체 연구에 필수인 방진 설비를 위해 8000만유로(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스미츠 총장은 블룸버그에 “중국 학생들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중국 학생을 줄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에인트호번 공대는 중국인 학생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학생 중 4분의 1은 외국인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인 학생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네덜란드의 중국인 유학생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ASML의 장비 때문이다.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 미국의 제재로 중국 수출이 금지된 상태다. 최근에는 EUV의 아래급인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도 제한했다. ASML의 지원을 받아 반도체 연구를 하는 대학에 중국 유학생이 많은 것에 미국 측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배경이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중국을 경제 안보의 위험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화웨이 신제품 휴대폰에 사용한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미세 공정 반도체가 ASML의 기술로 제작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경계가 더 삼엄해졌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국방 분야의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심사제 도입을 예고한 데 이어 중국 국가유학기금관리위원회(CSC)의 관리를 받고 있는 장학생이 몇 명이고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CSC 장학금은 중국공산당에 충성 맹세를 해야 받을 수 있고, 이 장학금으로 유학한 중국인 학생들은 학업을 마치면 2년 안에 중국으로 귀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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