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오늘 국회 개원식 ‘킹스스피치’… 노동당 정부 국정 청사진 공개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7. 1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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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17일 열린 의회 개원식에서 왕관과 국왕 예복을 입은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국왕 연설(King's Speech)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7일 영국 의회 개원식에 참석해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담은 ‘국왕 연설(King’s Speech)’을 했다. 이번 연설은 찰스 3세 즉위 후 두 번째 국왕 연설이자,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에 압승한 뒤 14년 만에 들어선 노동당 정권의 정책 기조가 드러나는 자리다.

국왕 연설을 통해 새 노동당 정부는 이번 의회 회기에 총 30여 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영국 국민의 불만이 누적된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대대적 개편이 추진된다. NHS는 발치(拔齒·이 뽑기) 같은 일상적 진료마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등 불편함이 가중되면서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새 정부는 특히 1993년 보수당 존 메이저 총리 때 민영화된 영국 철도의 재국영화를 추진키로 했다. 당시 영국 국영 철도 ‘브리티시 레일’은 노선 별도 해체되어 민간 기업에 팔렸는데, 이를 ‘그레이트 브리티시 레일’이라는 이름의 회사로 합치고, 정부 혹은 공공 기금이 소유토록 한다는 것이다. 영국 철도는 민영화 이후 운영 편수가 크게 줄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국영 친환경 에너지 기업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를 신설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 에너지 가격 인하를 유도키로 했다. 노동당 공약 사항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관련법 개정, 계약직 노동자의 권리 강화 정책도 포함됐다. 인공지능(AI) 규제법을 새로 도입하고, 테러리즘과 조직 폭력을 막는 치안 강화 정책도 추진키로 했다. 여기에는 대대적 이민 시스템 개혁이 포함된다. 보수당의 2009년생 이후 비흡연세대법도 계속 추진된다.

이날 의회 개원식과 국왕 연설은 600여 년간 이어온 전통을 그대로 따랐다. 근위병의 웨스트민스터 의회 지하 창고 수색 이후 버킹엄궁에 의회 인질(여당 원내대표) 인도가 이어졌고, 이후 찰스 3세가 마차를 타고 궁을 떠나 의회로 향했다. 찰스 3세는 의회 내 ‘로열 로빙룸(왕실 예복실)’에서 예복과 왕관을 착용하고, 나팔이 울리는 가운데 상원(house of lords) 대회의실의 왕좌에 앉았다. 이어서 상원과 하원의 연락을 담당하는 흑장관(black rod)이 굳게 닫힌 하원 대회의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하원 의원들을 소집, 국왕의 연설 시작을 알렸다.

찰스 3세의 연설문은 새 정부 관료들이 작성했다. 엘리자베스 1세 때인 16세기까지는 국왕 자신의 국가 운영 계획이 연설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17세기 청교도 혁명 이후 의회 권한이 크게 확대되면서, 국왕 연설 내용도 영국 정부의 전반적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19세기부터는 오늘날처럼 사실상 의회가 결정한 내용을 국왕이 발표하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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