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공무원은 왜 아내 이름으로 독서실을 하는가
최근 독서실 프랜차이즈업을 하는 사업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다. 아내나 친척 명의로 독서실을 경영하고자 하는 공무원이 크게 늘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공무원으로 일하는 친구들도 직간접으로 투 잡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공무원은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겸업 금지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공무원 보수와 연금 수준이 이제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낮아진 것 말이다.
필자가 10년 전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5급 공무원으로서 받은 실질적 보수가 300만원 초반이었다고 기억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연차가 비슷한 5급 공무원이 받는 보수가 300만원 후반대라고 한다. 물가 상승과 여타 직업군의 임금 인상을 고려할 때 너무 낮은 인상 폭이다. 10년 전에는 민간 주요 기업의 신입 직원과 초임 5급 공무원의 보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 주요 기업과 2배가량 보수 차이가 난다.
특히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세금 등을 공제한 실수령액은 월 200만원에 못 미친다. 월세와 교통비를 내고 남은 돈으로는 저축은커녕 정말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공무원들의 낮은 보수 수준을 상쇄해 주던 공무원 연금 역시 개편돼 신입 공무원들은 이제는 국민연금과 비슷한 수준의 보장을 받는다. 그러니 공무원들이 다른 수익 창출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혹자는 ‘공무원들이 무슨 중요한 일을 하느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공무원 업무가 아니냐’고 반문하며 낮은 보수가 당연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방 도청의 한 해 예산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른다. 그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업무를 9급에서 경력을 쌓아 승진한 공무원들이 한다. 충분히 우수한 인재가 공무원으로 임용돼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국가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국가가 계속 성장할 미래 정책을 구상할 수 있다.
공직자들은 돈을 좇지 말고 사명감으로 일해야 한다며 공무원을 통제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 심리학자 A.H. 마슬로는 생존이나 안전의 욕구가 충족돼야 비로소 존중이나 자아 실현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고 했다.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을 그만두거나 법을 어기면서까지 다른 일로 돈을 벌려는 시도는 최소한의 생활을 공직이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아 실현을 이야기하기 앞서 기본적 생존과 안전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금전을 제외한 다른 가치가 크게 상실된 시대에, 보수가 낮은 직업이라는 것은 그 직업적 자긍심을 손상할 수밖에 없다. 공직이라는 사명감으로 우직하게 일하는 데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 이러다가는 우수한 공무원은 공직을 그만두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공무원으로 일하는 역선택 상황에 놓일 것이다.
행정 인프라는 공기와 같다. 잘 작동할 때에는 그 필요성과 우수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당연하게 처리되는 것으로 여겨 온 많은 공적 업무가 지연되고 마비될 것이다. 작년 민원24 서비스망이 마비되었을 때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나. 공무원들의 적정 보수 수준 현실화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재원이 문제라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 공무원을 퇴출시키고 그 재원을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보수 올리는 데 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행정 인프라를 유지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재민의 ‘2030 플라자’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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