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롯데 역사 3번째 '끝내기 그랜드슬램', 베네수엘라산 복덩이 "가을야구에 한 발짝 희망 생겨" [울산 현장]
롯데는 1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롯데는 2연승을 달리는 동시에 시즌 전적은 38승 46패 3무(승률 0.452)가 됐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7월 1승 6패를 기록 중이던 롯데는 연승을 거두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이날 경기를 패배한 9위 한화 이글스와 승차도 1.5경기 차로 벌어졌다. 또한 20일 만에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건 덤이었다(6월 25~27일 사직 KIA전 2승 1무).
이날 롯데 승리의 주역은 단연 레이예스였다. 그는 이날 팀의 4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안타 2개는 롯데가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는 데 있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회 말 1사 1, 3루에서 첫 타석에 등장한 레이예스는 1루수 땅볼을 기록했는데, 3루 주자 황성빈이 아웃되면서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이어 4회 말에도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고 말았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경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는 롯데가 0-2로 뒤지던 7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두산 2번째 투수 이병헌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전준우의 우익수 플라이로 3루까지 진루한 그는 대타 정훈의 2루 땅볼 때 홈을 밟아 한 점을 얻었다.
초구 변화구를 골라낸 레이예스는 두산 투수 김명신의 2구째 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타구는 계속 뻗어나가 오른쪽 외야 관중석에 꽂히는 홈런이 됐다. 끝내기 그랜드슬램이었다.
끝내기 만루홈런은 42년 KBO 리그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1982년 3월 27일 KBO 리그 첫 경기에서 MBC 청룡(현 LG 트윈스) 이종도가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4월 6일 LG 구본혁까지 23번만 나온 일이다. 프로 원년팀이 롯데에서도 조경환이 1998년 7월 25일 사직 LG전, 김응국이 2002년 4월 10일 사직 삼성전에서 달성한 것을 제외하면 없었다.
결정적인 한방에 사령탑도 만족감을 전했다. 김태형(57) 롯데 감독은 "레이예스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팀이 승리할 수 있어서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동료들에게 시원한 물세례를 맞은 후 취재진과 만난 레이예스는 "굉장히 힘든 경기였는데 이길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우리가 승리하면서 가을야구에 한 발짝 또 희망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레이예스는 시즌 87경기에 출전, 타율 0.355(344타수 122안타) 9홈런 75타점 50득점 4도루 OPS 0.909를 기록 중이다. 타격 2위, 최다안타 1위 등 정교한 타격이 매력적이지만, 아직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날을 포함해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레이예스는 "원래는 콘택트 위주의 타자이긴 하지만, 항상 스스로에게 '공만 잘 치면 홈런이 나온다. 잘만 맞히자'는 생각을 하며 매 타석에 임한다"고 밝혔다.
본 타율도 높지만, 주자가 있을 때(0.374)와 득점권 상황(0.410), 그리고 만루 상황(0.556)에서 타율이 높은 레이예스다. 그는 "주자가 있을 때 좀 더 집중력이 높아진다"며 "내가 치면 어쨌든 1점이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집중력이 평소보다는 높아지는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울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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