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내 안에는 몇 개의 감정이 있는가
당황·따분·불안도 내 감정의 일부
나쁜 기억까지 포용할 줄 알아야
건강한 자아가 자라날 수 있을 것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아웃’은 뇌과학자로서 거의 인생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9년이나 지나 속편이 나왔다. 속편이라고 더 재미없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정들이 추가되었고, 영화를 보면서는 아이들보다도 부모들이 더 공감하는 포인트가 많아졌다. 이 영화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지난주 기준 인사이드아웃2를 본 관객 수가 72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들은 꼭 질문한다.
“그럼! 그 감정들은 모든 사람 안에 존재하지!”
아이에게는 이렇게 답했지만, 과학적으로는 부연 설명할 내용이 좀 남아 있다.
일단, 감정은 머릿속 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뇌는 우리 몸의 심박수, 호흡 상태, 근육의 경직도 등 다양한 변인들에 기반해서 현재 우리가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지 종합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기쁨이, 슬픔이, 화남이, 불안이처럼 몇 개의 정해진 감정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들이 존재한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뇌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도 모두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인사이드아웃1과 2는 실제 과학에 기반을 둔 영화인가? 실제로 우리 뇌 안에 메인 조종간이 있거나, 감정들이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캐릭터로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영화에 나오는 많은 부분은 사실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에게 자문을 하여 실제 연구 기반으로 정확하게 만들어졌다. 다만,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실제 과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쟁 중에서 한쪽의 그림이 더 많이 반영된 부분은 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가장 널리 알려졌던 감정 이론이 바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고 하는 ‘5개의 고유감정’ 이론이다. 이 이론의 창시자는 바로 폴 에크먼 교수이고, 5가지 기본 감정은 다름 아닌 기쁨, 슬픔, 분노, 공포, 혐오다. (영화에서는 분노→화남, 공포→소심, 혐오→까칠이로 표현됐다). 그리고 인사이드아웃1의 메인 자문을 맡았던 사람이 바로 이 고유감정 이론의 창시자인 폴 에크먼 교수이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등장한 리사 펠드먼 배럿 교수의 새로운 감정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가 5개의 고유감정을 똑같이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 감정은, 뇌가 내 안에서 예측하는 세상의 모델과 실제 세상의 경험이 불일치할 때 주로 생겨나며, 계산신경과학 기반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서로 다르게 모델링되는 감정의 모델 이론들이 나왔다. 이 부분은 영화에 반영되지 않았다.
인사이드아웃2의 과학 자문은 폴 에크먼 교수의 제자 출신이지만, 더 많은 감정이 존재한다는 연구들을 활발히 진행해온 대커 켈트너 교수가 메인으로 맡았다고 알려진다. 그래서, 그는 원래 감정들을 5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20개로 늘리려 했지만, 영화 작가와 감독 쪽에서 내용상 그렇게 많은 감정을 캐릭터로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고 해서, 새로 등장한 감정은 몇 개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켈트너 교수는 ‘Science of Happiness’라는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있고, 여러 감정을 연구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불안이나 시샘, 당황과 관련된 연구들도 많은데 이 연구들의 내용이 실제로 인사이드아웃2 영화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켈트너 교수는 이 영화의 메인 작가인 피트 닥터와 이제 막 10대에 접어든 자녀들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인사이드아웃2의 메인 플롯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사춘기를 경험하게 되는 10대들이 공통으로 겪는 감정들이 새로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영화에 나오는 4개의 새로운 캐릭터, 부럽이(질투), 당황이, 따분이(Ennui), 그리고 메인 캐릭터 불안(Anxiety)이다.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다루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생략하지만, 이 영화가 전달하는 내용은 간결하면서 강력하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려면, 불안이나 부러움/시샘에게 우리 뇌의 메인 조종간을 내주어서는 안 되며, ‘나’라는 존재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기쁨도 슬픔도, 불안도 시샘도, 화남도 따분함도 다 우리의 일부인 것이다.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내 안의 여러 감정과 기억들을 다 품을 수 있어야 비로소 건강한 나의 자아가 자라날 수 있다는 부분이 매우 감동적으로 그려진 영화다.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감정과 기억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없는데, 우리는 내 안에 어떤 기억들이 존재하는지, 나라는 존재의 자아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스스로 잘 살펴보고 분석할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러한 영화를 가족이 모두 함께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서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 감정들을 느끼는지, 내 가족,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를 가지자.
장동선 궁금한뇌과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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