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무엇이 먼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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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되는 일이 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면 되는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초입에서 어찌 알겠는가.
다문화가정 자녀의 진로를 설계하는 일이 올해 사업 중 하나다.
다문화가정 부모에게 진학 정보를 알려주고 부모가 직접 지도하기 어려운 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지도를 돕는 일은 그런대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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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가 길어졌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진로를 설계하는 일이 올해 사업 중 하나다. 이 일이 어렵다는 얘기다. 다문화가정 부모에게 진학 정보를 알려주고 부모가 직접 지도하기 어려운 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지도를 돕는 일은 그런대로 해냈다. 아직 변변히 진행하지 못하는 게 있다. 자녀들의 진로를 설계하는 일이다. 계속 계획만 뒤집고 있다. 직업적성검사를 하고 관련된 직업군을 안내하는 교육에 만족했다면 몇 번이고 진행했을 것이다. 다양한 직업의 일면을 보여주면서 희망과 도전 의식을 갖게 하는 거라면 벌써 몇 번이고 직업체험관을 갔을 것이다. 마음이 가벼웠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직업이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4차 산업을 왜 혁명이라 부르는지 느끼고 있다. 항변 한번 못하고 키오스크 앞에 공손해졌고 음식과 식기를 졸졸 나르는 로봇도 점점 친숙해지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아이들이 맞이할 세계 앞에서 어떻게 진로를 설계해 가야 할까? 일단 군말 말고 공부하라고 하면 되나, 한국어부터 완벽하게 하라고 하면 되나.
어쩌면 이제는 나를 알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삶을 채워 줄 문화적 역량을 기르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우는 것이 더 적절한 진로 설계 아닐까? 그래야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다독이고 협력해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진로를 열지 않을까?
꿈결처럼 그런 준비된 청년을 만났다. 그의 수첩엔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않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않기’ 등등 누가 이 청년을 이렇게 잘 키웠을까!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지공장에 취업해서도 외국어를 공부하고 악기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경제도 공부하겠다는 자기 계획이 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고 험담을 자제하며 돈보다 친구가 소중하다는 자기 철학이 있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 성실히 살았으니 어떤 난관을 만나도 잘 헤쳐갔으리라. 살면서 친구와 동료와 사회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진로 설계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실물을 보는 것 같았다. 불행하게도 이 아름다운 청년은 세상에 없다. 그의 수첩만 남았다. 진로 설계 프로그램 교재의 ‘고전’을 남기고 스러졌다. 그러니, 무엇을 먼저 설계해야 하는가. 청소년들이 다문화 청소년들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지 자신의 삶을 가꾸고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먼저 설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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