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간 알파고… “AI가 짠 코너킥 전술 90%, 실경기보다 나았다”[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프리미어리그 코너킥 데이터… 7176개 활용해 ‘택틱AI’ 개발
선수들 위치-움직임 동시 조정해… 슛 성공-방어 확률 높이는 법 제시
스포츠 팬들, 특히 야구팬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화 ‘머니볼(Moneyball·2011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예산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기반의 선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데이터 분석이 선수 발굴 및 팀 운영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스포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스포츠 종목을 꼽으라면 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은 전 국민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축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다. 2026년 월드컵을 향한 기대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 모델의 발전은 축구 전략에도 ‘머니볼’과 같은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오늘은 선수들의 움직임과 득점 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하여 다양한 전략을 분석한 최신 연구 두 편을 소개한다.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축구 경기에서 패스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정의한 후, 이러한 지표들이 최종 슛이 골로 연결될 가능성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2018년 월드컵을 포함한 주요 리그 및 국제 대회의 1941개 경기에서 발생한 3만4938개의 슛과 그에 대한 패스 데이터를 활용하여 로지스틱 회귀, 랜덤 포리스트, 인공 신경망 등 세 가지 기계학습 모델을 훈련하고 테스트했다.
그 결과, 패스 경로는 슛의 위치 정보와 함께 또는 별개로 슛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격 강도’ 지표는 슛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표는 공격팀이 골을 넣을 확률이 높은 지역에서 얼마나 빠르게 패스와 드리블을 통해 공을 전진시키는지 측정한다. 즉, 빠른 템포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슛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득점 성공률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 연구가 득점에서 패스 경로와 관련된 다양한 중요한 지표들을 발견했다면,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파고’를 개발했던 구글 딥마인드 팀이 중심이 되어 진행한 연구로, 다양한 축구 전략 중에서도 코너킥 상황에 집중하여,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코너킥 전략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2020∼2021, 2021∼2022시즌, 그리고 2023년 1월까지 2022∼2023시즌의 7176개 코너킥 데이터를 활용하여 택틱(Tactic)AI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선수들의 위치, 속도, 키, 몸무게 등의 정보를 관계망 형태의 데이터로 변환하여 분석하고, 기하학적 위치를 반영한 딥러닝 기술을 통해 축구 경기장의 대칭성을 고려하여 데이터 효율성을 높였다.
택틱AI는 코너킥 상황에서 공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를 예측하고, 슛 발생 확률을 계산하며, 선수들의 위치와 속도를 조정하여 슛 성공률을 높이거나 낮추는 전략을 제안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델이 제안하는 전략들이 실제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매우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구단인 리버풀 FC의 데이터 과학자, 비디오 분석가, 코치진 등이 택틱AI의 효용성을 검증한 결과 택틱AI가 생성한 선수 위치 및 움직임 조정 전략이 실제 경기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들이며, 심지어 기존 전략보다 90% 이상의 경우에서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문가들은 택틱AI가 유사한 코너킥 상황을 효과적으로 검색하고 비교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는 점도 확인했다.
그림은 택틱AI가 실제 코너킥 상황을 바탕으로 제시한 수정 전략들의 예를 보여준다. 택틱AI는 단순히 특정 선수뿐 아니라 여러 선수의 위치와 움직임을 동시에 조정하여,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슛 확률을 감소시키는 전략을 제시했다.
비록 최근 연구 환경이나 예산 등의 이유로 많은 국내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는 데이터 과학이나 인공지능 분야에 우수한 연구자들을 많이 보유한 국가다. 택틱AI와 같은 데이터 과학 및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 전략 수립과 우리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이 조화를 이룬다면, 2026년 월드컵에서 2002년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붉은 악마의 함성과 함께,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새로운 축구 역사를 기대해 본다.
연구① Cao, Shun. ”Passing path predicts shooting outcome in football.” Scientific Reports 14.1 (2024): 9572.
연구② Wang, Zhe, et al. ”TacticAI: an AI assistant for football tactics.” Nature communications 15.1 (2024): 1906.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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